'민서'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0/08/19 민서가 이렇게나 컸네요. (2)
  2. 2010/08/10 내 가족과의 첫 여행 (10)
  3. 2010/06/28 머리 깎은 민서 (4)
  4. 2010/06/15 이것이 운명이다 (6)
  5. 2010/04/02 안녕! 저 민서에요^^ (8)
  6. 2010/03/17 아내의 민서 이야기
  7. 2010/03/15 민서 태어난지 93일, 그러나 교정 연령 49일 (6)
  8. 2010/03/08 80여일이 지난 민서의 일상 (6)
  9. 2010/02/07 아내의 외출 (10)
  10. 2010/02/01 아내의 탁상 달력







위 동영상은 민서가 태어난지 약 한달되었을 때의 동영상이군요. 태어날 때는 너무나 작았죠. 2.02kg이었고 병원에서 보름 정도 인큐베이터에 있다가 퇴원할 때도 간신히 2kg을 넘어서 퇴원했던터라 걱정도 많이했는데 말이죠.







그러던 민서가 이렇게 잘 크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잔병치레 한번 없이 잘 웃고 잘 놀고 잘 먹고 잘 싸고 있죠. 요새는 입으로 혼잣말을 뭐라뭐라 하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조만간 그 동영상도 찍을 수 있다면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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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왔어?



오늘은 어디가요?



물론 부모형제와 함께 살 때 여행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분명 그 때 나는 '우리' 가족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만 '내' 가족이라는 말은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내' 가족이 생겼다. '내' 가족이 생기면서 책임과 의무가 더욱 늘었고, 나만의 자유와 평화의 영역은 매우 축소됐다. 그러나 혼자였던 '나'는 또 다른 '나' 둘을 더 얻었다. 숫자로만 볼 수 없는 부유함이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8월 초 휴가 때 내 가족과 함께 한 첫 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첫날부터 휴가길은 심상치 않았다. 토요일 아침 7시에 집을 나섰지만, 뉴스에서는 영동고속도로가 새벽부터 시작된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물론 영동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서울을 빠져 나가는 모든 고속도로는 아침부터 심한 정체를 겪고 있었다. 휴가를 8월초로 몰아주는 우리나라 현실이 고속도로에 여실이 드러나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1년에 한번 있는 휴가, 이렇게 고행을 해서라도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갈 수 있는 시간이 없는 참 꽤재재한 현실을.





























첫날 여행지는 담양.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그것도 휴가철인 일요일 집을 나선 것이 잘못이다. 어디를 가도 사람들에 치일 거라고 예상은 했어도 시골에 그렇게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담양 소쇄원은 세번째 찾은 것이었는데, 예전처럼 고즈넉한 맛을 볼 수 없었다. 그 작은 전통 정원과 가옥에 그리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어디를 담아도 멋진 풍경이 나왔던 소쇄원은 어디를 찍어도 낯선 사람들의 사진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운좋게 자리잡은 평상은 우리가 앉은 이후 채 10분도 안되서 다른 사람들로 꽉 채워지고 말았으니, 저 위의 평상 사진은 정말 운이 좋게 잘 나온 사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나마 사촌누이의 소개로 어렵게 찾아간 명옥헌원림은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정자라서 그런지 그나마 조용히 머물 수 있었던 곳이다. 물론 이곳에도 꾸준히 사람들이 찾아왔고, 그 중에는 일본인과 서양인도 있었다. 하지만 연못과 그 주변의 배롱나무들에서 활짝 핀 꽃이 제법 운치있는 곳이었다. 담양 여행 중 민서가 가장 잘 웃고 행복에 겨웠던 곳이 아마 이곳이 아니었을까.

죽녹원은 입구의 주차전쟁부터 만만치 않았다. 죽녹원 내부에서는 온갖 사투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 날이 날인만큼 대나무 숲의 시원함보다는 짜증이 밀려올 정도로 사람과 날씨에 치였다. 그래도 간간히 나들이가 마냥 즐거운 딸내미 덕분에 웃었다.






월요일에는 함양의 서암정사와 상림공원을 다녀왔다. 이날은 장모님도 함께 했는데, 서암정사 주변은 한창 공사중이라서 덤프트럭들이 바로 절 앞까지 오갈 정도로 부산했다. 그래도 서암정사 본래의 모습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장모님이나 아내는 대만족이었다. 상림공원은 날씨를 생각하면 가지 않는게 좋을 뻔했다. 그래도 상림공원 앞 늘봄식당에서 오곡정식은 나쁘지 않았다.



















셋쨋날은 순천 송광사를 돌아보고 계곡에서 간단히 물놀이를 즐겼다. 이곳에서 민서와 처음으로 물놀이를 했는데, 민서는 차가운 계곡물이 신기한지 발로 물장구를 치면서 장난을 치면서 까르르 숨넘어가는 웃음을 던졌다. 태어난지 8개월 된 민서에게 모든 게 신기하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피곤함도 만만치 않았다. 넷쨋날은 장모님 모시고 병원에 갔다가 구례의 위안리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내린 결론은, 역시 집에 물 받아놓고 하는 물놀이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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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를 만나다                                




지난 토요일은 아내의 친한 동생네 돌잔치에 다녀왔습니다. 멀리 남양주에서 열리는 돌잔치라서 이왕 나서는 길, 가족 나들이 계획까지 세웠더랬죠. 아침 일찍 나와서 쁘띠프랑스를 둘러보고 청평휴양림에서 산림욕을 즐긴 후 마석공원 미술관에 들렀다가 저녁 6시에 있을 돌잔치에 참여하자는 거창한 계획은 때아닌 장마 소식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대신 쁘띠프랑스만 둘러보고 돌잔치에 다녀왔지요.

쁘띠프랑스는 입장료가 대인 8,000원이었는데, 그 가격만큼 볼만한 게 있었는지는 회의적입니다. 여기저기 다채로운 행사를 하던데, 아기를 안고 다니기에는 사실상 어렵더군요. 그래도 좀 큰 아이들은 신나 보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소설 <어린왕자>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잃어버린 순수의 세계를 되찾아야 한다는 생텍쥐페리의 이상이 <어린왕자>에 드러나 있죠.

어린왕자는 장미들을 다시 보기 위해서 갔다.
그는 꽃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조금도 닮은 데가 없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누구 하나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누구 하나 길들이지 않았어. 옛날엔 내 여우가 꼭 너희들같았지. 세상에 흔해 빠진 여우들과 뭐 다를 데 없는 여우 한 마리에 지나지 않았지. 그러나 내가 친구로 삼았고 이젠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됐어."
그 말에 장미꽃들은 몹시 난처했다.
어린왕자는 말을 계속했다.
"너희들은 아름다워. 그러나 너희들은 비어있어. 아무도 너희들을 위해 죽을 수는 없는거야. 물론 나의 꽃인 내 장미꽃도 멋모르는 행인은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꺼야. 그러나 그 꽃 하나만으로도 너희들 전부보다 더 소중해. 내가 물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유리덮개를 씌워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벌레를 잡아준 꽃이기 때문이야. (나비가 되라고 두 세 마리는 남겨 놓았지만) 내가 불평을 들어주고, 허풍을 들어주고, 때로는 침묵까지 들어준 꽃이기 때문이야. 그것은 나의 장미이기 때문이야."

나만의 장미, 나만의 여우, 저에게는 민서와 아내가 그런 사람들입니다. 이제 그들에게 기들여져 있어 그들 없이 세상을 건넌다는 게 저에게는 무의미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들에게 물을 주고, 유리덮개를 씌워주고, 바람막이가 되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항상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싶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길들여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쁘띠프랑스는 좀 실망스러웠지만, <어린왕자>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내가 아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순수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제 곁에 항상 어린왕자를 두고 있어야겠네요.



동자승이 된 민서                                           


일요일에는 부모님까지 참석한 작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민서 머리 깎기'. 이전부터 머리를 한번 싹 밀어주자는 아내의 요청이 있었는데, 자꾸 미루어 오다가 어제 드디어 거사를 진행했죠. 민서가 숨넘어가는 울음을 울거라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민서는 머리를 깎는 내내 아주 침착하고 조용히 있더군요. 물론 좀 귀찮다는 듯 머리를 도리질 치긴 했지만 그다지 큰 어려움 없이 일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이발기를 이용해 깎긴 했지만 너무 바짝 자르지 말라는 아내의 요청이 있어서 이발기에 보조기구를 대고 잘랐더니 밤송이 같은 머리가 나왔네요. 아내는 배냇머리를 잘 간직했다가 붓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걸 대행해 주는 곳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아기의 배냇머리를 고이 간직했다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선물과 함께 준다고 합니다.

민서는 머리카락은 엄마를 닮아서인지 얇고 숱이 적은 편입니다. 저를 닮았다면 무성하고 빳빳할텐데 말이죠. 깎아 놓고 보니 어느 절의 동자승처럼 아주 귀엽습니다.

아내도 민서 머리 깎은 기념으로 더불어 결혼 이후 줄곧 길렀던 긴 머리를 잘랐습니다. 머리가 기니까 아기를 업을 때 여러가지로 번거로운 일들이 생기고, 무엇보다 머리를 다듬고 신경써야 할 일이 많다는 게 피곤하다는군요. 처음 만났을 때 짧은 단발머리였기에 오히려 전 환영했습니다. 아내는 짧은 머리가 아주 잘 어울리거든요.

이렇게 모녀가 함께 머리를 다듬은 날, 기념 사진을 하나 찍었습니다. 왼쪽은 before 오른쪽은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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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 (주)쁘띠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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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육체적인 삶의 경험에서 태동하는 아이의 영혼은
우리에게 바로 '지금'과 공명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이가 알려주는 그 신호에 우리는 충분히 반응해야 한다.
이것이 운명이다.







아이를 안아 들어 본다는 경험은 매우 특별하다. 그것은 큼직한 사랑을 하나 들고 있는 무게와 같다. 아이가 무럭무럭 크다 보면 그 버거움은 아이의 몸무게만큼 더욱 커진다. 그런 사랑을 거뜬히 들어 올리는 게 또한 사랑이니, 사랑은 얼마나 위대한 경험인가.

고된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와 아기가 함께 맞아주는데, 그때마다 민서는 활짝 웃어 주는 걸 잊지 않는다. 그날 있었던 모든 안 좋은 기억들을 지워주는 미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래서 점점 가벼워진다. 누군가는 회사에 묶어 놓은 말뚝을 다시 집으로 가져와서 묶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 말뚝은 꽃을 닮았나 보다. 집안에서는 꽃향기가 나는 듯하다.

민서가 7kg을 살짝 넘어서고 있다. 2.02kg의 미약한 몸무게로 태어났지만 200여일을 지나고 있는 지금 아주 건강하고 활기차게 잘 자라고 있다. 민서를 들어 안는 일은 행복하지만 조금씩 삶의 무게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 걱정스런 눈길을 느꼈는지 민서는 환하게 웃어 준다. 빠져들 것 같은 눈동자를 보며 근심을 잊는다.


















요새는 뒤집기가 한창이다. 어떨 때는 잘 자다가 자기도 모르고 뒤집고는 끙끙대는 통에 나와 아내의 잠도 깨우고 만다. 그럼에도 아이가 뒤집는 모습은 경이롭다.

처음에는 허리를 활처럼 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한쪽 다리와 뒷머리를 받쳐서 허리를 띄운다. 이러면 절반은 성공이다. 예전에는 여기서 힘이 딸려서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고 말았는데, 요새는 다리 힘도 세지고 목의 근육도 단단해졌는지 끙끙 두번만 하면 어느새 뒤집고 엎드려 있다.

민서에게 엎드려서 보는 세상은 이전과는 아주 다른가 보다. 무척이나 신기한 듯 고개를 둘레둘레 흔들며 주위를 살핀다. 자신이 한 행동이 의미하는 것을 곰곰이 뒤짚어 보는 듯한 멍한 눈빛으로 앞을 본다. 물론 그렇게 한 5분 정도 있으면 울음을 터뜨린다.

요새는 뒤집은 자세에서 발을 허둥대곤 한다. 아마도 조금 있으면 본격적으로 기어다닐 것이다.



















기어다니기 시작하면 그때부터가 큰일이라고 다들 말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느 부모든 그럴 것이다. 아이가 다칠 거라는 생각은 그 어떤 악몽보다 무섭다.


그러나 이 세상은 비참과 무지, 불의와 폭력이 난무한다.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이해를 무력화시키는 온갖 사건사고들이 곳곳에서 터지는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은 것 자체가 원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며 우리의 꿈과 희망을 다음 세대에 걸어 보는 것이다. 생명 있는 것은 모두 더 나아지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고, 이 사회는 인간의 이런 유기적 욕망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곳이라면 좀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은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꿈이다.

사람들은 결혼과 출산 육아를 통해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그것은 '살아있음에 대한 경험'이다. 순수한 육체적인 삶의 경험에서 태동하는 아이의 영혼은 우리에게 바로 '지금'과 공명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이가 알려주는 그 신호에 우리는 충분히 반응해야 한다. 이것이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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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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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밤에 재우는 것도 쉽지 않고 새벽에도 종종 사이렌을 울리곤 한다. 민서를 재우는 데는 나도 한몫하고 있다. 잠투정을 할 때 내가 안아주면 그래도 잘 자는 편이다. 그러나 새벽에 울 때면 대책없다. 아내는 나는 출근해야 한다면서 자라고 하고 새벽에 민서를 안고 집안 산책을 해야 한다. 그렇게 달래다 보면, 민서가 기분이 좋을 때면 바로 잠들지만 무언가에 놀란 날은 한두시간은 내내 달래야 한다. 나도 잠을 설칠 때가 많지만, 대부분 그렇게 잠깐 깼다가 다시 잠들어 버리곤 하고 온전히 아내의 몫이 된다. 그리고 다시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출근을 돕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도 민서 때문에 행복하다. 민서의 행동 하나 하나 성장하는 모습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아내의 손길에서 묻어나는 정겨움이 있다. 나의 추천으로 시작한 블로그에는 온통 민서 사진과 얘기뿐이다. 예전 직장 생활을 하며 능숙하게 다루었던 편집디자인 실력이 뛰어나다. 하나하나가 다 나에게는 작품이다.









아내의 블로그와 내 블로그를 합쳐서 민서 앨범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고민 중이다. 물론 시간이 문제다. 그리고 발동하는 귀차니즘...

이번 포스팅은 민서에 대한 뭇사람들의 관심이 큰만큼 내가 종종 포스팅을 게을리해서 민서 근황이 궁금한 분들은 옆의 링크에서 지리산 외계인을 클릭하길 바란다. 내 아내의 블로그이다. 참고로 시작한지 별로 안되서 글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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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예정일보다 50일 일찍 나오는 바람에 우리 아이는 처음부터 각별한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초음파 검사를 했을 때 의사는 뇌에 약간의 출혈이 있다고 했다. 보통 이런 출혈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했고, 지난 2월말에 다시 했던 초음파 검사에서는 다행히 이런 출혈 모습은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의 뇌실이 정상아보다 크다고 한다.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하군이 본 민서의 뇌실과 다른 정상아의 뇌실이 차이가 나더란다. 보다 정밀한 검사를 위해서는 MRI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선은 한달 정도 더 지켜보자고 한다.  지금은 어려서 그렇지만 성장하다보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교정연령에 따른 아이 행동 사항을 꼼꼼이 살펴보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아이는 실제로 하면 오늘로서 태어난지 93일이 지나고 있지만, 교정연령 나이, 즉 예정일을 기준으로 하자면 채 50여일이 된 영아이다. 지금에서야 눈을 좀 맞추는 정도이고 고개는 아직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으니 100일이 가까운 아이치고 많이 늦은 거라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조급하지 않으련다. 원래는 1월 25일 범띠해에 태어날 아이가 12월 12일에 소띠해에 태어났으니, 소의 우직한 기운을 타고 태어났지만 범의 기상으로 세상을 살아갈 아이다. 건강하게 살아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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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민서가 태어난 지 80여일이 지났다. 이제는 제법 눈을 맞춘다. 안고 어르고 있으면 한동안 빤히 나를 쳐다 본다. 그 심해의 어둠보다 깊은 먹빛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곳에 빠져들고 만다. 나는 거기서 헤어 나올 수 없고 다행히 민서가 먼저 눈을 돌려 다른 데 관심을 가져야 그나마 해방이다. 그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숨이 턱밑까지 차올 것이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요새 들어 밤잠이 좀 길어진 것 같다. 한동안은 12시에 젖을 먹고 내리 6시까지 잔 적도 있어서 우리 부부는 매우 고무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어제는 3시에 사이렌을 울리고 말았다. 100일 정도 지나면 밤낮을 가릴 수도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본다.

요새는 2~3일에 한 번꼴로 대변을 보고 있다. 애기똥은 항상 찰진 모습을 드러내 주고 있음이다. 똥을 보는 일도 때론 행복할 수 있음을 아기를 보면서 느낀다.


환하게 웃는



무엇보다 이제는 배냇짓이 아닌 정말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눈과 입을 움직여서 "나 웃어요"하고 말하는 것처럼 분명하다. 때로는 웃음소리도 내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웃음이 분명해진 만큼 울음도 선이 굵어졌다. 처음에는 왜 우는지 알 수 없더니 이제는 기저귀 때문에 우는지 배가 고파 우는지, 불편해서 우는지, 꿈을 잘못 꾸고 우는지 제법 맞추어 주고 있다.

민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송아지 인형 모빌이다. 칭얼댈 때 모빌을 살짝 흔들어주면 많은 관심을 가진다. 물론 오래가지 않는다. 그럴 때면 다시 안아준다. 그래도 칭얼대면 민서를 안고 일어나 돌아다녀야 한다. 우리는 "산책 가자"고 한다. 돌아다니다 보면 집안 이것저것에 눈길을 돌린다. 그리고 실컷 돌아다니면 스르르 잠이 든다.


민서가 재채기를 한다



집안을 좀 서늘하게 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너무 따뜻해도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들어서 좀 차갑게 키우지만, 민서는 잘 크고 있다. 무엇보다 모유 성분에 당장 필요한 면역성분이 많이 들어서인지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 가끔 재채기를 하지만 심해 보이진 않았다. 한번도 열이 없이 잘 크는 걸 봐서는 지금까지 민서도 하군(아내)도 아주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무사히 100일 1000일 10000일을 보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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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랜만에 아내의 화장한 얼굴을 보았다. 아내는 토요일을 맞아 자유 시간을 갖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는 것이다. 물론 화려한 색조화장과는 거리가 멀다. 소위 말하는 방황이나 가출은 더더욱 아니다. 기껏해야 친구들 만나서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나 나누는 게 전부다. 하지만 아내는 "예전 같으면 거나하게 한술 했을텐데…"하며 아쉬워했다. 화장한 아내의 얼굴을 보니 나까지 괜히 가슴이 설렌다.

토요일은 언제나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주고자 했다. 오전에도 내가 아기를 돌봄으로써 아내가 충분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 짜서 비축해 놓은 냉동 젖을 녹여서 적당히 덥힌 후 민서에게 먹이고 달래고 놀아주면, 아내의 곤한 잠은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 대신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멀리 산행을 다녀올 수 있는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토요일은 아내가 자유롭게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내의 자유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젖이 불어서 도저히 6시간 이상 놔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 혼자 가는 여행도 쉽지 않다. 유축기를 쓰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유축기로 젖을 짤 수 있는 공간이 한국 사회에 그리 흔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아기를
데리고 다닌다면 그게 편한 자유 시간일 수 있을까.

아내가 외출하고 나면 민서와 나의 온전한 하루살이가 시작된다. 민서는 아빠와의 시간이 즐거웠는지 잠을 자지 않고 하루 종일 칭얼대며 놀았다. 기저귀를 두 번 갈았는데, 한번은 기저귀 갈다가 오줌을 싸는 바람에 내 손등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래도 좋다고 웃음만 나온다.







1
시에 나갔던 아내는 7시가 채 못 되어 돌아왔다. 이미 5시 30분에 젖을 먹였지만, 아내는 아직 잠들지 않은 민서에게 젖을 물렸다. 민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다. 아무래도 냉동 젖을 덥혀서 먹는 젖과는 맛이 다를 것이다. 아기가 젖을 먹는 폼을 보면 생명이 가진 신비함과 오묘함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아내가 들어온 후 나는 텅텅 빈 냉장고를 다시 채워 넣기 위해 장을 보러 나섰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나를 위해 항상 반찬거리를 고민하는 아내를 위해서라면 '장바구니 들고 다니는 남자 ' 쯤이야 대수이겠는가. 밤새 아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도 도시락을 챙겨주는 아내를 위해 장보기 정도는 기꺼이 감수해야 할 내 몫이다. 하지만 장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먹거리 음식들의 종류도 참 많은데, 예전에는 대충 가격보고 샀다면 지금은 포장물에 적힌 구성 성분 등도 꼼꼼히 따져본다. 아내가 적어준 내용과 함께 이것저것 구매하다 보니 금세 5만원이 넘어간다. 덕분에 5만원 이상 구매한 이들에게 주는 카밀라유를 공짜로 받아오는 행운도 챙겼다. 당분간은 장볼 일은 없을 듯싶은 흐뭇함으로 냉장고를 채웠다.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기 보다는 아내의 흔적들을 찾아가는 하루였다. 덕분에 딸 민서를 원 없이 안아보고 더 가까이서 민서의 표정들을 지켜 볼 수 있었다. 나에게 언제나 토요일은 언제나 이렇게 충만할 것이니, 누가 부럽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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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4) 2010/01/27
Posted by 구상나무






벽걸이 달력이 줄어든 대신 탁상달력이 넘치고 있다. 안방 책상에도, 체중계 근처에도, 아기 머리맡에도 탁상 달력이 놓여 있다. 달력에 무언가를 기록하는 데는 젬병에 가까운 수준인 나에게 탁상달력은 그저 요상한 물건일 뿐이다. 결혼하고 난 후 체중계 옆에 있는 탁상 달력에는 매일 아침 아내와 나의 몸무게를 적어 놓는다. 처음에는 임신한 아내의 몸무게 변화를 통해 건강 여부를 체크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제는 내가 더 적극적이다. 몸무게를 줄여보겠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적고 있지만, 실상 줄어들기 보다는 더 늘어나는 걸 막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깝다. 성실하게 기록하다 보면, 한 달 동안의 몸무게의 변화가 혼란기 주가지수처럼 출렁이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겨울 동안 몸무게를 지켜내는 데는 이 탁상 달력과 체중계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민서의 탁상 달력도 있다. 아기 머리맡에 놓아 둔 탁상 달력은 아내의 꼼꼼한 기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민서가 똥을 몇 번을 싸고, 몇 시에 젖을 물렸으며, 목욕은 언제 했는지의 기록들이 자세히 정리된 것이다. 아기에게 특별한 이상이 있을 때나 기념할 만한 사건이 있는 날도 메모가 되어 있다. 민서 태어난 이후의 날들을 하루하루 셈해서 적어 넣는 정성도 아끼지 않는다. 또 따로 포스트잇을 사용하여 아기의 특이사항을 메모해 놓고 이후 병원 검진 때의 질문 목록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아내의 기록에서 아기의 미래를 본다. 기록은 적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된 이야기지만, 거기에는 지향하고 나아가려는 방향을 담았다. 우리의 체중 기록이 서로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이정표였듯이, 아기의 일상을 메모한 달력은 건강하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우리 아기의 미래를 그려보는 조감도를 보는 것과 같다. 탁상 달력 하나에 적혀 있는 소소한 메모도 하나의 역사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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