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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들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어처구니 없이 터지기도 한다. 모니터와 가인쇄 과정에서 문제가 없던 색의 문제가 실제 인쇄과정에서 터져서 애를 먹는 건 다반사다. 이번 교과서의 경우 특정 인쇄소의 인쇄에서 자꾸 문제가 발생했다. 바탕에 10%의 농도로 색을 깔아 놓았는데, 거의 30%에 가까운 색농도가 자꾸 배어 나오는 것이다. 인쇄 기장님의 말에 따르면 원래 30%로 왔던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하지만 분명 데이터 값에서는 10%로 보냈던만큼 인쇄하는 사람이나 편집자나 속이 타는 건 어쩔 수 없다. 대부분 즉석에서 기계 조절을 통해 색농도를 낮추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일 뿐이며 이로 인해 다른 지면의 사진이나 색이 이상이 생기기 마련이라 지나친 색 조절은 오히려 독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가인쇄를 하는 데, 예전에는 직접 해당 인쇄기에서 가인쇄를 했지만, 지금은 디지털인쇄를 통해 인쇄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디지털 인쇄의 경우 인쇄기와는 또다른 시스템으로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줄 때가 많아서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본인쇄를 앞둔 가인쇄라면 해당 인쇄기에서 가인쇄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책을 인쇄할 때에는 편집자가 인쇄감리를 나가지만, 제본 과정에서는 빠진다. 제본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지만 가끔씩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교과서 심사본은 가끔 교과부에서 지시한 표지 양식을 지키지 않은 상태의 책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번에 우리가 제출하는 심사본이 상단과 첫글자 사이의 간격을 지키지 않아서 다시 제본을 한 사례다.

심사 당일 날 우리 출판사만 해도 40여 종이 넘는 책을 제출했다. 대기실의 풍경은 다채롭다. 접수를 기다리며 타 출판사의 아는 사람과 만나 인사를 나누는가 하면 접수 과정에서 서류에 문제가 생겨서 부산스럽게 본사로 전화를 하거나 대기실에 마련된 컴퓨터에서 편찬계획서 등의 서류를 재출력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출판사 역시 편찬계획서의 내용 중 주어진 양식을 따르지 않아 재출력한 사례가 있었으며, 발행인의 인감 도장을 찍어야 하는 난에 회사 직인을 찍은게 문제가 됐다. 물론 이 문제로 평가원의 확답을 받았다는 강과장님의 말이 있었지만 막상 여기에서는 또 말이 바뀌고 말았다. 부랴부랴 회사 총무팀에 전화를 걸어 사장님의 인감도장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현장에서 수정 제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건 약과. 제출을 앞둔 교과서 속 내용이 문제가 되어 제출이 반려된 회사도 있으니, 1년의 노고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듯해 안타까웠다.

교과서는 책이 나오고도 안심할 수 없는 책이다. 최종 심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는 마음 졸이면서 애가 탈 수밖에 없다. 결과는 내년 4월 중순 이후에나 발표될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 모두가 흘린 땀방울이 우리 후세대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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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지난 10월 14일 찍은 개봉동 우리집에서

길고 긴 장정이 마무리 단계에 다가왔다. 그동안 하군(마눌님 애칭)과 뜨기(태아 애칭)에게 서운하게 할만한 일이 많았다. 하지만, 하군은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나와 같이 있는 시간보다 홀로 있는 시간이 더 많았음에도 언제나 많은 것을 이해해 주었고, 뜨기는 새벽에 들어오는 아빠의 음성을 잊지 않고 힘찬 발길질로 맞아 주었다. 

직장인의 밥벌이 노동은 어디가나 비슷하겠지만, 교과서 편집 업무는 마치 수많은 야수와 독충들로 우글거리는 정글 속을 탐험하는 것과 다를 게 없을 거다. 오늘도 아는 후배 하나는 나에게 말했다.
"정말로 나 죽을뻔 했어요."
그 말이 결코 평범한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는 이처럼 사선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노고 속에서 탄생한다.

단행본 출판사에서는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책이 어쩌면 교과서일 수도 있겠다. 고작 150여쪽의 음악 교과서를 만드는 데 왜 1년이나 걸리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아이들은 150여 쪽의 책을 1년간 들여다 보게 된다. 그 1년의 시간동안 한치의 빈틈도 없이 아이들의 머리와 가슴에 남아야 하는 것이 교과서이다. 단 한 쪽도, 단 한 줄도, 단 한 글자도 허투로 만들 수 없고, 쉽게 지나칠 수 없어서 심사본 제출일이 시작된 오늘도 어디선가는 다시 인쇄소를 찾아가 재인쇄를 들어가는 게 교과서다.

책은 결코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쌀 한톨을 위해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번 가듯, 책 한권에는 교과서 한권에는 수많은 사람의 관심과 애정을 모아야 한다. 그것을 모으는 사람이 편집자이다. 편집자 스스로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환경이 있어도 책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하나의 책이 만들어지고 완성되는 과정에 함께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이러한 과정처럼 많은 사람들의 온기와 열정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이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운 세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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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지난 9월 14일(월)부터 16일까지 서울광장에서는 인쇄문화축제가 있었다. 축제 기간 동안 행사 주최측에서는 교과서 전시관을 열었는데, 그 배치와 운영을 금성출판사가 맡았다. 그리고 그 일은 다시 나에게도 떨어졌다. 이 일을 위해 오래된 교과서 목록을 뒤져야 했고, 금성출판사의 옛 교과서를 찾기 위해 각 교과서팀을 순회해야 했으며(물론 번번이 허탕을 쳤다), 옛날 교과서를 대여하기 위해 파주의 한국검정교과서협회와 논현역 앞의 교과서 연구재단을 오가야 했다(지도를 보면 그 거리가 어마어마하다).







예전에 비해 경찰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인쇄출판축제 구조물(사진)을 설치하면서도 시청 측과 실랑이가 있었단다. CCTV가 시야를 가리니 설치하지 말라는 거였는데, 사정사정해서 설치를 했다는 말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 평범한 인쇄출판 행사에서도 감시의 끈을 절대 놓지 않는 경찰청 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금성출판사가 교과서 전시회를 하니, 역시 노인네들 중에는 “왜 금성출판사는 교과서를 잘못 만들었느냐?”며 조심스럽게 따지는 분도 있었다. 어떤 분은 일부러 7차 교육과정 교과서를 전시한 곳에서 근현대사 교과서를 찾는 분도 있었다. 3일 중 첫날 오전에만 자리에 있었던 만큼 그런 사람이 또 없었을까? 물론 근현대사 교과서는 일부러 전시장에서 빼놓았다. 시청 광장에서 보수들이 데모하는 일이 일어날까 걱정하는 실장님의 배려(?)였다. 고달픈 근현대사 교과서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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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정권 입맛대로 교과서 손보기 ‘제동’

한겨레 1면에 금성출판사가 나오다니, 창사 이래 고만고만한 학습지 교과서 출판사가 신문지상의 1면 머릿기사로 등장한 예는 그리 흔치 않다. 어찌됐건 전대미문의 이런 관심에 금성출판사가 덩실덩실 춤을 출만한데 내용은 그다지 유쾌한 내용이 아니다. 실상 울고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여러 언론들의 반응을 정리한 민노씨의 글-[오늘의 사건/사설] 금성 역사교과서 수정 사건-참조)

보도 내용은 이러하다. 재판부는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근현대교과서의 발행과 배포를 중지하는 한편 금성출판사 측에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어 각각의 저자에게 400만원을 배상토록 판결했다. 한겨레신문 등은 이번 판결을 교과부의 인위적이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 수정에 일침을 가하는 판결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내용은 법률로 보호되고 있는 저작권(정확히 저작인격권)과 하위 규정인 교과부 규정(대통령령 포함)과 사인간의 계약 조건의 싸움이었다. 저작권법의 강위력함은 이미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려져 있으니, 이 게임은 당연히 상위법인 저작권법의 승리로 끝날 것은 눈에 보듯 뻔한 결과다. 그래서 그런지 법원과의 싸움에서 수정의 내용이 저작인격권을 훼손할 만한 내용이냐 아니냐가 쟁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적 내용이 수정되는 만큼 법원은 저작자들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이번 판결에 금성출판사 관계자는, “교과서는 다른 출판물과 달리 집필 과정 전체가 교과부의 지침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번 판결은 이를 원천적으로 부정한 것이라고 본다”며 “출판사 처지에서는 항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고 나왔다.
이 속내를 들여다 보자면, 교과서 기획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나, 이후의 교과서 수정지침 등이 모두 교과부에서 나오는 만큼 판결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나 언급이 없던 것이 아쉽고, 좀더 나아가자면 출판사는 억울하다는 점일 게다.(어디까지 나의 상상일 뿐, 직접적 사실과의 관계는 알 수 없음)

다음 교과부 관계자의 말은 "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을 보고 난 뒤 대책을 마련하는 게 맞다"라고 했다. 사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얻기 위해서는 소송당사자들이 항소를 해야 한다. 저작자들이 항소를 제기한 목적은 수정된 교과서의 발행과 배포를 중지하는 것이었던 만큼 그것이 받아들여진 판결에 항소를 할 이유는 없다. 반면, 금성출판사의 경우 항소를 하던가, 판결대로 발행을 중지(배포는 검정교과서협회의 소관)하는 수밖에 없는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하위 규정이나 명령이 상위법률을 이길 수는 없는 만큼 항소를 해도 이기기 힘든 싸움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하겠다는 입장에 혹시 교과부 관계자의 입김이 서려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항소를 통해 계속해서 책을 발행한다면 그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익이 앞으로 대법원까지 들어가는 소송비용이나 시간 비용, 회사 이미지 등을 고려한다면 이익을 장담하는 것도 어렵다.

여러가지 또 다른 변수들이 있을 수 있다. 어찌됐건 고래싸움(이념 논쟁, 저자와 교과부의 싸움 등등)에 새우등(출판사와 편집자) 터지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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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새 교과서를 받으면 그 냄새부터가 기분이 좋았어요. 집안이 넉넉지 못해서 새 책을 사주는 일이 드물다 보니 새 교과서를 받는 날이면 눈코입귀손 등 오감을 동원해 책을 느끼며 좋아했지요. 그리고 지난 달력을 가져와 교과서를 표지를 싸는 일도 즐겁기만 했는데요.

그런 시절에도 누구나 한번쯤은 교과서에 낙서 한 번 안해 본 사람이 없었을 겁니다. 표지의 ‘국어’를 ‘북어’로 ‘수학’을 ‘잠수함’으로 고치는 장난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듯합니다. 무엇보다 교과서 삽화에 장난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아이들의 교과서 낙서를 보면 순정만화 그림부터 성적인 호기심을 드러내는 그림, 코믹한 그림 등 아이들의 재기발랄한 낙서들이 넘쳐납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본 청소년들의 낙서를 보면서, 일찍부터 경쟁 체제에 내몰린 아이들이 그 스트레스를 교과서에 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혹 무시무시한 폭력 장면, 살인이나 폭행 등을 그려 넣은 엽기적인 그림도 더러 볼 수 있는데, 그 정도로 청소년들의 낙서에서는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칼이나 총, 살인, 폭력, 욕설 등이 예사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지금 이 청소년들이 아프다고 아우성치는 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학업에 대한 부담감도 크고 학교 수업보다 학원 수업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풍조로 인해 교과서가 무시되고 있는 현실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이 졸리거나 지루하면 교과서에 낙서를 합니다.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 모든 아이들을 만족시키는 수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선생님들이 좀더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수업을 고민하고 개발한다면 교과서 낙서도 줄지 않을까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 교과서 역시 잘 만들어야져야 합니다. 교과서에 인권침해나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 그것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죠. 그런 폭력을 교과서가 청소년들에게 심어주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교과서들은 무심결에 인권침해, 혹은 차별적인 요소들을 삽화로 사용한 경우가 간혹 있었습니다.




위 그림은 지난 교과서입니다. 두 삽화에서 여성이나 여아는 집안일, 육아를 담당하는 것으로 성역할을 고정화하는 편견을 담고 있습니다.




왼쪽 삽화에서는 여성은 치마, 남성은 바지, 그리고 직업군인은 모두 남자로 그렸습니다. 오른쪽 삽화에서는 의사와 조종사, 경찰은 남성으로 교사와 간호사는 여성으로 묘사했습니다. 이 역시 남녀를 차별하는 그림입니다.




왼쪽 삽화는 남성은 일, 생산에 종사하는 반면, 여성은 가사, 양육을 전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오른쪽 삽화에서는 국제협약을 소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각국 대표를 모두 남성으로만 그리고 있습니다.

교과서의 삽화는 아이들에게 해당 학습 내용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중요한 학습 도구가 됩니다. 그러나 해당 학습 내용에만 국한되어 인권적인 내용을 소홀히 한다면, 작은 걸 얻고 큰 것을 잃는 결과가 되고 말 것입니다.

오늘 저녁에라도 댁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함께 교과서를 펼쳐 보세요. 자녀분들의 교과서에는 어떤 낙서가 되어 있나요? 창의적이고 재기발랄한 낙서들이 있다면 무조건 야단칠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반면 아이들의 그림이 폭력적이라면 자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리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교과서 안의 삽화들을 살펴보세요. 살펴볼 때는 다음 2가지 관점에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고정관념에 따라 삽화를 구성한 것을 찾아보세요.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만 입고 있는 삽화, 여자만 집안일을 하고 있는 삽화, 여성이나 여아를 집안일이나 비역동적인 놀이를 하는 삽화 예를 들어 남아는 축구, 여아는 공기놀이 등을 하는 삽화, 중요하거나 고위직 등의 직업이나 직종은 남성 중심인 삽화 등을 찾아봅시다.

둘째, 삶의 다양성이 드러나도록 그려진 삽화를 찾아보는 거죠.

외국인을 그릴 때 긍정적인 모습에는 유럽계 외국인, 부정적 모습에는 아프리칸계 외국인으로 구분지어 그린 삽화는 없을까요? 또 놀이를 하거나 활동을 할 때 장애인을 넣지 않은 삽화도 생각해 볼 문제죠. 그리고 국제결혼 2세대 자녀의 모습도 삽화에 담겨져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는 문제겠지만, 세심한 배려나 관심으로 세상은 더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작은 편견이나 차별이라도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아픔이고 상처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질 때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인권위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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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지난주, 교과서 대단원 표지 사진촬영을 위해 부산에 갔었습니다. 교과서의 대단원 표지는 해당 단원의 내용을 압축해 보여주면서도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죠. 교과서마다 저마다의 특색을 살려서 삽화나 사진, 혹은 삽화와 사진의 합성, 일러스트 등으로 표현하는데, 이날은 중2 음악교과서의 표지 작업을 위한 촬영이었죠.
 
예전 교과서의 경우 대단원 표지가 간단하게 제목만 나열하거나, 자료 사진이나 간단한 삽화로 대치해 왔습니다. 하지만 요새는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국가인권위의 교과서 권고 이후 교과서 내용을 비롯해 사진과 삽화에서 인권적인 접근을 중요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로 사진이나 삽화에서도 고정관념에 따른 성 표현을 삼가하고, 삶의 다양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장애인과 국제결혼 2세대 자녀들을 고려하는 편집을 강조하게 된 것이죠.

부산예중에서 촬영에서는 뇌병변장애를 겪고 있는 하은이가 초대되었습니다. 하은이는 중1음악교과서에서도 대단원 표지 사진에 종종 등장하고 있는 아이인데, 웃는 모습이 참 어여쁜 아이였습니다. 더군다나 사진 촬영에도 익숙해서인지 또래 아이들 중 어느 아이보다 환하게 웃어주었고, 장시간의 지루하고 힘든 촬영 과정을 아주 잘 견뎌냈지요. 

하은이의 촬영을 위해 오가는 과정에서 시설들에서 느껴지는 고충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촬영이 있던 부산예중의 교실은 5층에 있었는데, 승강기가 없어서 어른 셋이서 휠체어에 탄 하은이를 들어서 이동해야 했죠. 어른들이 힘든 것은 그렇다쳐도 하은이도 꽤 무서웠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즐거워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학교에 장애인이나 약자를 위한 승강기가 없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비록 촬영을 보조하고 돕는 역할만 했지만, 하은이와의 촬영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또 사진 촬영 계획부터 하은이를 고려하고 배려하였던 음악교과서 담당자의 속깊은 마음도 느껴졌던 시간이었죠.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삶이 존재하며, 모든 인간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 이런 내용들을 교과서에 담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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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회사 책장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미국의 어린이 과학책이 눈에 띄더군요. 실장님과 교과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책을 보여주면서 우리도 교과서를 이렇게 만든다면 아이들이 과학에 대해 더욱 흥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것과 교과서 편집자들도 이런 독특한 아이디어들을 담은 책을 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했죠. 천편일률적이고 보수적이며 재미없는 교과서를 탈피하기 위해 교육과정에 대한 충실한 해석과 함께 독특하고 재치있는 아이디어들을 책에 담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과서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말이죠.

지금 소개하는 책은 미국의 'KLUTZ'라는 출판사의 어린이 과학도서입니다. 이 책은 최소한 책이 보고 읽는 것만을 넘어 만지고 느끼고 직접 경험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책을 만들었더군요.



우리말로 '지구탐색'이라고 해야 할까요? 표지에 있는 둥근 원은 빙빙 돌아가게 했습니다. 원은 북극점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지구를 나타내는 거죠.




책에 모래시계를 넣었습니다. 대충 해석해 봤을 때 저 모래시계는 윗층의 모래시계가 다 떨어질 때까지 10초 정도 걸리는데, 그 시간 동안 44명의 사람들이 지구에 태어나고 17명이 죽는다는 내용을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좀더 흥미롭게 생각해 보지 않을까요? 인지적 요소를 풍부하게 하고 상상력을 키워주는 요소라고 봅니다.

 
오른쪽의 길찾기는 제가 직접 해봤는데, 이거 정말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는데 아주 유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시 오른쪽 지도를 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았던 지도와는 아주 다릅니다. 네, 남반구 중심으로 지도를 뒤집어 놓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색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지도죠.



왼쪽에는 지구가 오른쪽에는 종이에 틈을 새겨놓았습니다. 틈이 새겨진 쪽으로 왼쪽으로 넘기면,



뒤쪽 지도와 앞쪽의 틈을 낸 종이로 위도 경도, 적도 표시를 설명하고 있군요.



터미네이터 아저씨가 있는 쪽 아래에 지도가 있습니다. 이 지도 뒤에 뭔가가 있네요. 올려보면,



평면지도가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설명하는 사진이 있군요. 터미네이터 아저씨의 둥근 얼굴이 평면화되었을 때의 모습을 통해 둥근 지구와 평면지도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 쉽죠~잉~



책을 떼어내서 직접 둥근지도를 만들어 보게 했습니다.



투명한 셀로판지에 등고선 표시를 해놓았습니다.



네 원래는 이렇다는 건데, 참 신기하네요.




오른쪽 각도기 같은 건 어떻게 사용하는지 설명하는 건데, 우선 책 윗쪽 코일에 열쇠를 실로 묶어 매달고, 책등의 둥근 코일 사이로 북극성을 관찰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하면,



그렇게 하여 열쇠와 실이 책에서 내려온 선의 눈금을 통해 적도를 기준으로 자신이 지금 서있는 위치를 짐작해 보는 장치죠.




이건 아까 터미네이터 아저씨랑 비슷한 형식이죠. 종이를 올려보면,



화산 폭발 전과 화산 폭발 후의 지형 모습을 비교해 보여줍니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지진 효과도 설명하고 있네요.



이 지면은 지구의 인구문제를 이야기하는 장입니다. 1페니로 시작해 2배수로 도박이 결국 1백만달러를 잃게 한다는 내용의 우화를 이야기하는데요.

1로 시작해서

2배수로 늘어나면

공책 끝에서는 536,870,912가 된다는 사실.






그러면서 식량문제도 이야기합니다. 쌀 한봉지의 칼로리와 어린이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칼로리, 그리고 그러한 최소한의 칼로리도 얻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네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저 쌀한봉지의 가치를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뒷표지에는 세계지도와 함께 세계 각국의 동전을 박아놓았습니다.

 


 
진짜 동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실상 다른 나라 동전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 여하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료가 될 수 있겠군요.

다양한 재책 방식과 편집 아이디어를 동원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와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되어야겠지요. 우리의 과학교과서도 저렇게 만들면 어떨까 싶습니다. 어차피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니 교과서 가격이 올라가는 건 국고에서 지원해 준다면 소비자 부담은 없는데요. 우리 교과서의 내용은 훌륭합니다만, 기껏해야 종이질을 좀더 좋게하고 표지 코팅이나 책 사이즈 정도만 고민할 수밖에 없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우리의 교과서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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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1.
늘어나는 뱃살을 줄여보고자 다시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있다. 벌써 2주가 넘었으니 꽤 열심히 타고 있는 셈이다. 비가 오거나 저녁에 술약속이 있지 않는 한 꾸준히 타고 다닐 생각이다. 서울시가 2014년까지 도심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무척 반갑다.
(관련뉴스:'서울 자전거 특별시' 출퇴근 풍경이 바뀐다) 지금까지 살펴보았을 때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도 거의 같거나 오히려 빠르다. 샤워를 할 수는 없다는 게 문제지만, 물수건으로 몸을 깨끗이 닦아줌으로써 땀냄새 등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가실 수 있었다. 가장 큰 걱정과 두려움은 역시 교통사고다. 안 쓰던 헬멧까지 제대로 갖추고 다니고는 있지만, 울퉁불퉁한 도로 갓길이나 무개념 운전자들을 만나다 보면 가슴이 철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혹시 술을 마시고 싶다면 비 오는 날 연락해 주시길... 그 날은 무조건 콜이다.

2.
황석영 작가가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그의 상상력은 대단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참여한다는 그의 진심을 왜곡할 마음은 없다. 단지 이명박 정부가 그 진심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해 보겠다. 평화열차는 꼭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관련 글 :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3.
교과서 성적이 매우 안 좋았다. 그 여파로 5층에서만 벌써 4명이 퇴사했다. 이러다보니 교과서 실패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반성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담당자의 실패로 귀결되는 듯하다. 회사로서도 일의 기획단계에서 타당성이나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그리고 일이 한참 진행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과 재정의 지원도 부족했다. 물론 진행하는 사람들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그 책임에 대해 따져볼 여지가 유야무야 없어진 셈이다. 무엇보다 회사 조직 내에 나쁜 선례가 남겨진 셈이다. 즉, 회사의 책임 여부를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해당 진행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겨 버리고, 교과서 채택 실패는 곧 퇴사라는 이상한 공식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여기에 조직 내 분위기를 이렇게 만든 데에는 나를 비롯해 같이 근무하는 다른 동료 직원들의 책임도 크다. 각자에게 있을 상처들을 냉철히 돌아보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올바르게 정리하여 새 출발을 하든 다시 새로운 각오를 다지든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다시 결론은 그렇다. 회사라는 조직은 개인을 하나의 도구로 볼 뿐이다. 자기 권리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러니 조직하라.

4.
음악 교과서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국어 전공자가 왜 음악이냐고? 국어니까 어떤 과목이든 할 수 있다는 게 논리다. 이참에 악기라도 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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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지난 금요일은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심사본 제출 마지막날이었습니다. 이날 금성출판사는 초등 미술 교과서와 고등 정보 교과서를 마지막으로 모든 교과서 심사본을 무사히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교과서 파동의 한가운데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편집자들은 교과서 심사본 제작에 최선을 다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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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본 제출을 무사히 마친 후, 그날 오후 4시부터는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 검정 100% 합격 기원제’가 열렸습니다. 쉽게 말해 이번에 제출한 교과서들 잘되게 해달라는 고사를 지내는 것이죠. 교과서를 만들면서 모진 고생을 한데다가 회사 차원에서도 홍역을 치루는 와중에 만들어진 교과서들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도 높았습니다.

김인호 사장님은 짧은 인사말에서 “어느 해보다 금성출판사가 유명해졌던 한 해”였다며, “편향 때문이 아니라 내용 때문에 좋은 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동안 출판사 대표로서 겪었던 애로점을 간접적으로 내보이는 한편, 교과서 문제로 마음고생을 했을 임직원들을 격려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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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고하는 글(告天文)에는 직원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지만, 정말 그리 된다고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교과서만으로 적절한 수익성을 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다보니 교과서 전문 출판사로의 길은 어두운 밤중에 접어든 첩첩산중처럼 깜깜하기만 하지요. 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전가될 것인데, 여전히 편향 논란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교과서만을 고집하는 어른들의 무지가 답답할 뿐입니다. 한치 앞도 못보고 지금 당장의 이익만 고집하는 꼴이죠.

이번에 제출한 교과서 심사본의 심사 결과는 3월에나 나오겠지만, 그때까지 다시 지도서 작업에 몰두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제 내년을 준비하는 시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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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교과서 작업이 끝났습니다. 9월 22일부터 기록된 야근시간만 379시간. 근무시간 560시간까지 합친다면, 940시간, 그러니까 거의 1천 시간의 땀과 노력이 투여됐습니다. 물론 늦게 합류한 나의 야근시간은 다른 이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원고를 다시 쓰고 뜯어 고치며, 교정쇄만 7~8교까지 뽑아냈습니다. 팀에서 쓰고 버린 빨간펜만 모아도 한 타스는 나오지 않을까요. 한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그보다 몇 십 배 많은 종이들이 희생됩니다. 어느날은 프린터기가 하루종일 종이를 내뱉다가 지쳐 실신하기도 하지요.

그뿐일까요.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고 삼시 세끼는 꼬박꼬박 채우면서 운동을 못하다 보니 몸무게는 4kg 가까이 불었습니다. 툭 튀어나온 허릿살을 빼기 위해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할지 알 수 없네요. 눈비만 오지 않는다면 다시 자전거 출퇴근을 해야겠습니다.

불어난 살들이야 어찌됐든 내 몸의 일부이겠지만, 소원했던 인연들을 복원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직원들끼리도 아쉬웠던 술자리를 다시 이어가야 할 일도 필요하고, 친구들과 선후배들과도 다시 술약속을 잡아야겠습니다.

우리 교과서를 디자인 하셨던 분이 그동안 고생했다며, 우리 팀 전원에게 작고 예쁜 수첩 하나씩을 선물했습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카드에는 예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네요. 그 일부만 옮겨 오면,

“교과서 작업이 때로는 조금 피곤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주위의 좋은 분들과 함께 했던 작업이라 보람되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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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는 노동은 무의미합니다. 우리는 일을 통해 우리가 맺는 사회적 관계를 되돌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시간과 노력과 땀으로 빚어진 것은 하나의 교과서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인연과 사회적 관계의 자리매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은 축복이며, 노동 그 자체가 삶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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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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