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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간 구상나무

[전국일주] 11월 14일 : 제주의 땅과 하늘, 그리고 바람 본문

생활 여행자/하늘을 달리는 자전거

[전국일주] 11월 14일 : 제주의 땅과 하늘, 그리고 바람

구상나무 구상나무 2006.11.14 22:14
 

새벽 5시 반, 제주항에 도착했다. 뱃멀미는 전혀 없었다. 유람선으로 이용되던 배이다 보니 바람과 파도가 좀 높아도 그렇게 심한 요동을 느끼지는 않았다. 다시 묶어놓은 자전거를 풀어서 끌고 하선했다. 여객선 대합실에서 나와 보니 사위는 깜깜하다. 이런 상태에서 달리는 건 좀 무리다 싶었다. 주위 식당이라도 있나 둘러보았지만, 여객항 주변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조금 더 밟아지면 출발하기로 하고 대합실에서 아침뉴스를 보며 기다렸다. 대합실에서 시간을 떼우니 어떤 아저씨가 오셔서 "자전거 여행을 하시우?"라며 말을 건넸다. 그렇다고 하니 제주도 여행에 대해 쭉 설명해 주고 어디어디는 가 볼 것 없고 어디어디는 꼭 들려서 구경해 보라는 조언도 해 준다. 마지막에는 제주시에 있는 자신의 민박집 명함을 주면서 제주시로 오면 자신의 민박집으로 와달라고 한다. 1만5천원. 싸다.


생각해보니 서귀포는 어차피 월드컵경기장에 있는 찜질방에서 묵더라도, 다음날은 제주시에서 묵을 예정인데 내일과 모레 함께 협상해 볼 여지가 있겠다. 한라산도 등반할 거라면 내일 민박집에 묵으면서 자전거 여행 때 입은 옷들은 빨아 널면 한라산 등반을 마쳤을 때 그 옷들은 다 마르지 않을까. 여행을 하다 보니 옷을 빨고 말리는 게 진짜 일이다. 요즘처럼 날씨도 그리 좋지 않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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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서서히 밝아오자 먼저 서쪽으로 출발했다. 용두암이 가까운 곳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민박집 아저씨의 조언은 유효했다. 해안도로를 탈때도 자전거가 해안쪽에서 달리게 되니 풍광을 접하는 것도 쉽고 절경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제주도는 자전거 길이 참 잘 되어 있다. 갓길이 아닌 자전거 전용도로가 대부분의 도로에 있다. 물론 아직 일부도로는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 막상 내가 이용할 때는 무척 불편했지만, 분명 만들고 있는 것은 보았다. 아마 내년 쯤이면 제주도에서의 자전거 일주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용두암은 의외로 작았다. 애국가가 나올 때에 나와 눈에 익숙한 바위지만, 막상 내 눈앞에서 다시 보니 정말 멋진 바위다. 어떻게 저렇게 절묘하게 하늘을 향하는 용의 머리 모양을 할 수 있을까. 신기할 뿐이다. 


다음 목적지는 한림공원. 입장료만 6천원이다. 갈까 말까 하다가 그만한 값을 하겠지라는 기대로 들어갔다. 식물원과 동굴, 국화길과 야자수길, 수석과 분재 등등 다양한 볼거리가 풍부하다. 여기저기 연인들, 부부들, 단체관광객들, 그리고 꼬맹이들까지 시끌벅적한게 좀 흠일까? 관람코스 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온갖 신기한 장면들과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여미지식물원과 비교해 볼만한 곳이다.


한림공원을 나오니 12시가 가까워왔다. 일정의 절반도 오지 않았는데, 하루의 절반이 가고 달릴 수 있는 시간은 고작 5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해안도로를 포기하고 12번 국도로 달렸다. 12번 도로는 일주도로라고 불리는데 제주도를 한바퀴 도는 도로다. 해안도로는 그 바깥으로 간간히 나있는 관광도로라면 이 12번 국도는 거점과 거점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실용적인 도로라고 할 수 있다.




다음 목적지는 주상절리. 중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것으로 여기까지 가면 서귀포에 거의 다 왔다고 할 수 있다. 중문단지내의 주상절리는 두 번째 보는 것이지만 다시 와 보니 더 장관이다. 제주에 혼자 여행오는 것이 참 어리석은 짓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지게끔 만드는 하루의 여행을 이곳에서 마무리 했다.


오늘 여행에서는 바람이 정말 힘들다. 맞바람, 옆바람이 돌풍처럼 갑자기 들이대니 자전거 기아를 2-3단까지 낮춰도 전진하기가 버겁다. 갑자기 옆으로 치고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달리는 자전거가 휘청거리기까지 한다. 제주도에 바람이 많다고 하는데, 모진 바람을 만나 서귀포가는 길이 정말 험난했다.


북제주에 있을 때는 잘 안보이던 감귤이 남제주로 오면서 천지에 깔려 있다. 길가 옆에는 감귤나무들이 자라고 어떤 과수원은 감귤이 무성하게 열려 있었다. 길가에서는 감귤체험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도 눈에 많이 띄었다. 직접 감귤을 따서 가져가는 행사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제주도 어디에도 많은 게 돌담이다. 돌담은 밭과 밭 사이에도 있고, 무덤을 에워싸기도 하며, 때로는 군부대의 담장으로 쌓여 있기도 하다. 해안도로에는 도로방벽으로 콘크리트 대신 이곳의 큰 돌들을 세워놓기도 했다. 이곳의 돌들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현무암이다. 아무래도 그런 구멍들이 바람의 힘을 약하게 하고 돌과 돌사이의 틈이 바람을 통과시킨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것, 이것이 제주의 돌담이 말하는 교훈일까. 시멘트 벽이나 벽돌다는 오히려 허술하게 지어진 돌담이 더 튼튼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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