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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간 구상나무

[서울둘레길4-2]뜻을 세우는 일 본문

생활 여행자/걷고 또 걷고2017

[서울둘레길4-2]뜻을 세우는 일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7.06.10 22:42



서울둘레길 4-2. 사당역에서 양재시민의숲까지 걸었다. 산으로는 우면산이 있다. 대성사를 옆으로 끼고 돈다. 마지막 양재시민의숲에 가기 전에 잠깐 양재천길을 걷기도 한다. 거리는 7.6km. 사당역에서 10시 20분 출발해 양재시민의숲역(매헌역)에 들어간 시간이 5시 20분 쯤이다. 약 7시간이 걸렸다. 물론 안내 사이트에서는 불과 3시간 20분이면 된다고 나와 있다. 중간에 아이가 우면산 놀이터에서 놀았고, 산중에서 점심과 간식을 먹고, 종종 쉬고, 양재시민의숲 공원에서 자리깔고 눕기도 했으며 마지막에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방문해 관람했으니 아주 편안하게 다녀왔다고 보면 된다. 앞의 두 번의 둘레길보다 더 긴 거리였지만 걷는 게 익숙해져서 더 쉽고 편하게 다녀왔다. 


사당역에서 방배우성아파트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니 컨테이너로 만든 가건물들, 허름한 창고 같은 건물들이 나온다. 보통의 등산길 초입이라면 막걸리집, 김밥집, 기념품점 등이 즐비한데, 여기는 인적이 드물고, 기껏해야 서울둘레길 걷는 사람이나 찾아와서 그런지 주변이 삭막하다. 동네개들이 이따끔 누가 오나 쳐다보고 짖어대거나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다. 아, 고양이도 한마리 봤는데, 사람을 피하지 않았다. 집고양이가 마실을 나온 듯했다. 손을 내미니 코끝을 손에 대서 냄새만 맡아보더니 자기 길을 간다. 언제쯤 우리나라 고양이들은 사람 손길을 피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래서 언덕길을 오르는 그 잠깐 사이에도 '이 길이 맞나'하는 의문을 가지고 몇번이나 길을 살피곤 했다. 오르는 사람도 내려오는 사람도 없으니 길을 물을 수도 없어서 난감했지만, 다행히 눈 크게 뜨고 잘 찾아보면 둘레길을 안내하는 리본과 표지가 종종 보인다. 


숲속으로 난 길을 걸어들어 갈 즈음에 스탬프 찍는 곳이 나타났다. 우면산 끝자락이라는 표시다. 둘레길 수첩을 꺼내 스탬프를 찍었는데, 역시나 잘 나오지 않는다. 준비해 둔 스탬프 패드를 꺼내서 스탬프에 묻히고 다시 찍는데 이번에는 스탬프 범벅이 됐다. 아이는 속상해 하였다. 힘들어도 엄마아빠 따라 온 아이에게 즐거움 중의 하나가 스탬프 찍는 건데, 이런 부분은 좀 아쉽다. 



 사당역에서 우면산 초입 가는 길에서 만난 동네 화분


 이런 저런 소규모 공장과 창고들이 있는 골목길. 멀리 마중나온 강아지


 고양이를 보고 손짓하는 아이


숲은 완연한 여름으로 달리고 있다. 녹음은 점점 짙어지고 꽃들도 햇살을 받아 색이 진하다. 그늘진 곳과 햇살 드리운 곳의 온도차가 크다보니 나무 아래에서 맞는 바람이 무척이나 반갑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땀 흘릴만한 길이다. 


성산약수터 근처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이곳을 지나 약간의 언덕길을 오르니 어른키보다 큰 돌탑이 쌓여져 있고, 그 옆에 아이스크림 장수가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우리 세 식구가 이 기회를 그냥 지날 수 있을까. 다들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여기서 또 쉰다. 역시 아이가 좋아한다. 출발할 때도 쭈쭈바 하나 물고 출발했는데, 벌써 두 번째 얼음과자다. 


우면산 자락은 관악산 자락에 비해 길이 훨씬 수월하다. 잘 다듬어진 면도 있지만 오르고 내리는 굴곡이 심하지 않다. 평범한 산길을 지나는 느낌으로 갈 수 있다. 긴 거리였지만 발걸음이 익숙해진 것인지 많이 걸어도 힘들지 않다. 우면산은 2011년 여름의 폭우 속에서 엄청난 산사태를 겪었다. 시간당 100mm가 넘는 비가 계속해서 오면서 우면산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산사태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관련 자료) 우면산 산사태는 왜 일어났을까? 산사태의 원인은 다양하다. 직접적인 원인은 환경을 돌보지 않은 난개발, 산림청의 경고를 무시한 담당관청 등도 문제지만, 궁극적으로 자연 현상의 일부라는 것이다. 즉 산은 산사태로 점점 깎이고 깎여 평지화되는 것이 오랜 지구의 일상이라는 것. 여기에 인간의 개발이 산사태를 더 촉진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인간의 삶이 개발을 피할 수는 없지만, 산사태 역시 피하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우면산 지역은 산사태 이후 사방 공사 등 다양한 우면산 살리기 개발에 나섰다. 산사태를 복구하고 다시 나무를 심어 삼림을 조성했다. 여기저기 인공 계곡을 만들어 비가 와도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여 제2의 산사태를 예방하였다. 이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산림이 국토의 70%라는 한반도에서, 게다가 한여름의 집중폭우가 이제는 낯설지 않은 기상 현상이 된 지금 우리는 얼마나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인간의 삶이 함께 하는 것은 팽팽한 줄다리기일지도 모른다. 결코 느슨해질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른다. 



 우면산 초입


 아이스크림 빨고 다닐 때가 좋지.


 둘레길을 안내하는 화살표


 사유지를 분리하는 철조망 담장 사이로 피어난 들꽃들


 햇볕은 뜨거워지지만 발걸음은 가볍게 


 우면산의 중심지.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힘들 때는 손잡고...


 아이스크림을 입 언저리에 골고루 묻히고 다녀서...


 산중턱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


 두 번째 아이스크림. 돌탑 주변에서..


 꽃을 보는 것도 즐거운 산책길


 다시 막대기 하나 들고 다니면서... 다음에는 꼭 스틱 들고가기로...


 우면산 살리기 활동 


우면산 산자락 따라서 계속


 우면산 사방공사 지역. 여기서 산사태가 일어났고, 수많은 흙더미들이 쓸려 내려갔다. 


 점심 먹었던 자리에서 하늘을 찍었다. 


 막대기 하나가 좋은 장난감이 되는 숲


 나무둥치도 올라가 보고 ....


 멀리 롯데타워도 보인다. 


 힘들어했지만 나름 재미를 찾아 다니던 아이



 세 식구 다시 발걸음을 모아서...


 이날은 숲이 대부분이었던 둘레길


면산을 빠져 나오자 어린이 놀이터가 나왔다. 아이에게는 가장 신나는 공간. 우리 외에도 세 아이와 엄마가 나와 놀고 있었다. 그 엄마는 풍선에 물을 넣어 물풍선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던지면서 놀아 주고 있는데,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한다. 뜨거운 날에 물풍선 놀이만한 게 있을까. 넓은 놀이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텐데, 참 잘 놀아준다. 놀이터 한쪽에 진짜 나무들을 세워 작은 공간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안에서 어떤 아이들이 소꼽놀이를 했는지 작은 나무토막 위에 아기자기하게 돌맹이들과 모래들이 펼쳐져 있다. 어느 아이가 펼쳐놓은 소박한 밥상을 보면서 도란도란 엄마 아빠 놀이를 하였을 꼬마들의 행복한 가정에 들어온 느낌이다. 


 우면산을 빠져 나오자 나타난 어린이 놀이터의 시설물


 쉴 때는 신발도 벗고 시원하게 ... 우면산 놀이터 정자에서.


놀이터에서 한참을 쉬었다. 아침부터 서둘렀더니 시간이 여유롭다. 다시 양재시민의 숲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놀이터를 나와 횡단보도를 넘어 차도 옆을 좀 걷다가 보면 양재천을 만난다. 양재천을 잠깐 걷게 되는데, 잘 꾸며져 있는 양재천도 걷기 좋았다. 야생화들을 길가에 심어 놓았는데, 푸른 하늘과 작은 개천이 조화롭다. 자꾸 발걸음을 잡는 들꽃길을 지나면 보리인지 밀인지를 심어 놓은 곳이 나온다. 손으로 만져보니 무척 거칠다.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구경을 한다니 둘레길 걷기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이런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숲길만 걷다가 천변길을 걸으니 새롭다. 


양재천을 걷는건 아주 짧았다. 양재시민의숲 공원이 바로 나왔다. 나무들이 무척 컸다. 오래동안 자라온 나무들이다. 양재시민의 숲 공원이 조성된게 1988년 서울 올림픽 경기 대회를 앞두고 만들어졌으니 대략 30년 가까이된 숲이다. 그러니 숲이 풍성하다. 나무 종류만 43종에 약 98,000주가 자라고 있단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그냥 쉬다가 지나왔다. 


많은 시민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펼치고 일요일 오후를 한가로이 보내고 있었다. 우리도 적당한 자리를 잡았다. 가까운 매점을 가니 공원에 있는 하나밖에 없는 매점이라 인산인해다. 한참 줄을 서서 맥주 2캔과 음료 하나 과자 하나 사들고 나왔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먼길을 걸어온 다리를 편하게 뻗고 맥주를 넘기니 신선이 따로 없다. 일요일 하루가 알차게 갔다. 



 놀이터를 나와 차길을 따라 걷는다. 


양재천으로 내려서 걷는 길 들꽃과 들풀들이 길가에 가득하다.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 밀밭은 이제 추수 때를 지나 누렇게 변하고 있다.


양재천을 가로 질러 가면 곧 양재시민의 숲이 나온다. 


 양재시민의 숲 입구. 


 나무 그늘 터널을 지난다. 


 돗자리 깔고 앉아서 엄마아빠는 맥주 한잔, 아이는 음료수 한잔. 걸어왔던 길을 이야기한다. 




양재시민의숲 공원에는 매헌 기념관이 있다. '매헌'은 윤봉길 의사의 호이다.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홍커우 공원(현재 루쉰공원)의 의거를 기념하고, 의사의 행적을 정리하였으며 그가 남긴 글을 전시하고 있고 사후 대한민국에서 수여한 훈장이 전시되어 있다. 젊은 시절부터 농촌에 조직을 만들어 우리글과 역사를 가르치기도 했지만, 결국 큰 뜻을 품고 집을 나서서 결국 상해에서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의거를 성공시켰다.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 - "사나이 뜻을 세워 집을 나가면 공을 이루지 않고서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으리"


젊은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늘과 땅끝에 닿아 있다. 이상을 쫓는 사람은 누구도 쫓아갈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젊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 이상을 어떻게 키우고 있을까? 





 매헌 기념관 앞에서


 매헌 기념관 안에 있는 윤봉길 의사 전신상


 야외에 있는 윤봉길 의사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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