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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아래에서/일상의 발견

등교와 출근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7.02.16 11:14

아침 7~9시 사이. 학교나 회사로 나가는 사람들로 거리와 버스, 지하철이 북적인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볍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도 출근 시간을 아끼려고, 또는 늦지 않으려고 발걸음을 서두른다. 아침부터 세상이 부산한 이유다. 마음이 바쁘면 여유도 없다. 출근길에서 인상 찌푸리며 실랑이 하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별 시덥지 않은 일들로 욕이 오가고, 고성이 난무한다. 오늘 아침에도 멱살잡이 하는 두 남자를 지하철역에서 만난다. 아침부터 세상은 치열하게 움직인다. 


학교에 가는 일을 등교(登校)라고 한다. 여기서 등(登)은 '오르다'의 뜻을 가진 단어인데, 이 글자의 자형은 오랜 옛날에 쓰던 그릇의 모양에, '걷다, 가다'의 의미를 지난 '필발머리 癶'를 두르고 있다. 제사에 쓰는 그릇을 높은 곳에 올려 놓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등(登)'은 제사나 제의처럼 숭고한 의미를 담긴 말에 많이 쓰인다. 등선(登仙,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감), 등단(登壇, 연단 또는 교단에 올라감, 또는 문단 등 특수한 사회 분야에 처음으로 나타남), 등극(登極, 임금의 지위에 오름) 등에 이 '登'이 쓰인다. 학교에 가는 일은 숭고하고 의미 있는 일인 것이다. 



▲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본 '등교'와 '출근'. 등교는 밝고 즐거운 이미지가 많고, 출근은 어둡고 바쁜 이미지들이 많다.



반면 일하는 가는 것을 '출근(出勤)'이라고 한다. 여기서 출(出)은 '나가다'의 뜻을 가진 단어인데, 글자의 자형은 식물의 싹이 땅위로 돋아다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자신의 근거지에서 나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출사(出仕, 벼슬을 하여 관직에 나아감)', 출병(出兵, 군사를 내 보냄), 출간(出刊,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것) 등이 있다. 즉, 출근(出勤)은 일을 하기 위해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얼마나 치열할까. 버스와 지하철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니 당연히 치열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위태롭고 걍팍한 인생들인가. 


출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고 고된 일이다. 따라서 견뎌야 한다. 막 땅 위로 솟은 새싹이 나무가 되기까지는 더 많은 인내와 고통이 필요한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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