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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간 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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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아래에서/밥과 꿈과 사람

떠나고 술마시고 취하고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5.06.29 23:13


1.

술마시다. 

BU에서 이번 달에 그만두는 직원이 벌써 넷이다. 오늘 그 중 한 직원이 자신의 퇴직 파티(?)에 나를 초대했다. 이로서 유별나게도 퇴직자 중 딱 한 명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과 술 자리를 한 몇 안되는 직원이 되었다. 술 한 잔 제대로 해 본 일 없는 직원이 잠깐 함께 했던 모임의 인연으로 그 자리에 불러낸 것이니 특별하다고 할 수도 있다.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2.

취하다.

그런 자리가 편한 것은 아니다. 쏟아지는 문제 의식들에서 갈피를 잡는 일에도 허덕였다. 때로는 가시방석 같았다. 힘들게 날 변호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같이 성토했다. 물론 진심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래도 동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매번 이런 자리에서 느끼는 것은 나이듦이다. 나이를 어중간하게 먹으니 심장이 벌렁거리는 거다. 먹은 술과 안주가 체증처럼 가슴 한복판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체증을 견디면서 다시 내일의 밥벌이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니 취할 수밖에...





출처: http://grapesoda.tistory.com/m/post/28


3.

잊다.

돌아보니 이런저런 일로 술을 자주 마신다. 일전에는 동종업계 친구들과 같이 새벽까지 술을 들이부었다. 오랜만에 필름이 끊길 듯이 심하게 마셨다. 술은 늘지 않는데, 술 먹을 일이 많아서 고단하다. 그렇게 늦게까지 들이 부으며 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면서 마치 암송하듯 했던 많은 이야기들은 다시 또 잊혀진다. 때로 술은 잊기 위해 마시는 거라는 말이 맞다. 추적추적 밤비가 내리는 어스름길을 친구는 비틀거리며 들어갔다. 아파트 주차장 사이 좁은 길로 택시는 돌아왔고,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택시에 올랐다. 그리고 나도 필름을 거기서 멈추었다. 


4.

시작한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다시 새롭게 시작한 거니, 이 일의 끝은 봐야할 거다. 낙관적이진 않다. 그러나 비관할 일도 아니다. 내일 다시 비가 온단다. 비 구경이나 실컷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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