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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임진왜란, 과거를 징계하여 훗날을 대비하다(한명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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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임진왜란, 과거를 징계하여 훗날을 대비하다(한명기)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5.02.11 10:54




얼마전 이명박의 자서전이 국회 자원외교 특위가 열리는 시기에 발간됐다. 그리고 한 달 후 이명박 이후 나라 재정이 어떻게 거덜 나고 국민의 생활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를 담은 ‘MB의 비용’이 출가됐다. 절묘하게도 둘은 책의 판형이나 두께가 비슷하고 표지의 바탕색이 모두 흰색에다 가운데에 이미지를 넣는 것까지 같다. 당연히 뒤에 나온 책이 앞에 나온 책을 타깃으로 삼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두 권의 책을 나란히 놓은 서점들이 여기저기 등장하고 있다. 우문(愚問)이지만 우리는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MB의 비용

저자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엮음), 유종일, 강병구, 고기영, 김신동 지음
출판사
알마 | 2015-02-03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16인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정교하게 추산한 MB정부가 허공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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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놓여 있는 "대통령의 시간"과 "MB의 비용"(출처 한겨레)


MB의 자서전이 나왔을 때 JTBC의 뉴스룸 손석희 앵커는 ‘파이프는 파이프라 아니다’라는 앵커 브리핑을 통해 그것을 비판했다. 진솔한 회고록이 아닌 자화자찬, 자기변명만 들어있다는 지적이다. 손석희는 여기서 조지 오엘의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명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MB의 자서전에 있어야 하는 데 없는 것, 그것은 성찰(省察)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가톨릭에서는 ‘고해 성사 전에 자신이 지은 죄를 자세히 생각하는 일’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하였다. 즉, 자기 성찰이 없는 자서전은 사기꾼의 자기 자랑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유튜브 강연 “임진왜란, 과거를 징계하여 훗날을 대비하다(한명기 교수)”는 서해 류성룡의 “징비록”을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징비록"은 참혹한 임진왜란이 있기 전부터 임진왜란의 과정, 그리고 그 결과를 상세히 기록한 책이다.


여기서 ‘징비(懲毖)’는 “시경(詩經)”의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豫其懲而毖後患)’라는 구절에서 따온 말로, 쓰라린 반성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목처럼 이 책에는 참혹하고 부끄러움을 넘어 치욕스럽기까지 한 기록들이 낱낱이 담겨 있다. 물론 강연의 많은 부분이 영화 “명량”의 영향 때문인지[각주:1]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또 그 덕분에 더 재미있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세월호 사건을 통해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는 상황이다. 참혹한 사건 앞에서 벌써부터 조롱을 일삼는 모리배들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고, 진상규명위는 후안무치한 정치가들에 의해 표류하고 있다.


사실 세월호는 4월 16일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전부터 쌍용차 사태로 인해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용산 사태에서는 여러 명의 목숨이 무리한 경찰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아마도 세월호는 세상의 애꿎은 목숨들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없었던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비극적인 결과, 혹은 그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지금 우리에게 “징비록”의 통렬한 반성의 기록은 더욱 의미있다.


강연 말미, 한명기 교수는 “징비록”이 우리나라에서가 아니라 일본에서 더 인기가 있었고, 일본에서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징비록”에서 밝힌 문제점에 대한 개혁 의지는 흐지부지 되던 시점이었다. 이는 우리 스스로 반성과 통찰이 없이는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세월호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쩌면 여전히 가라앉을 위험에 처한 세월호 배 한쪽 구석에 갇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서 평형수를 채우고, 불안한 콘테이너 박스들의 결박을 더 단단히 해야 한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더욱 책임감 있게 운항할 수 있도록 비판하고 감시해야 한다.


강연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재차 강조하면서 마무리된다. 수많은 이민족의 침략 속에서도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고 우리만의 문화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민초들의 끈질긴 생명력이 있었다. 한국 사회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지면서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는 지혜를 통해 이 엄혹한 세태를 슬기롭게 뚫고 가야할 것이다.




  1. 이 강연을 할 때, 영화 <명량>이 천만 관객을 넘어서고 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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