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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아래에서/밥과 꿈과 사람

친친에서 만난 사람들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5.01.08 14:25

서울은 이날 영하 9도까지 내려갔다. 한파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친친 국수의 유리창에는 짙게 김이 서려져 있다. 뿌연 유리문 너머로 두 남자가 흐릿하게 보였다. 창기와 성태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국수를 기다리고 있을 때, 외국인 남녀가 들어왔다. 메뉴에 대해 광노형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로 분위기는 정겹다.



친친국수 닭개장 국수



ST 이야기

전날 영화 ‘미라클’ 시사회 뒷풀이로 간만에 엄청 달렸단다. 닭개장국밥을 주문했지만 그의 입에 들어가는 밥알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술은 참 달게 마신다.

역시 영화 ‘국제시장’ 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국제시장’과 관련해 성태는 “훈훈한 <국제시장>... 따져보면 무서운 영화”라는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올렸다. ST의 기사 중 몇 대목을 옮겨와 본다.


  "<국제시장>이 <포레스트 검프>와 갈리는 지점도 정확히 거기에 있다. '전시'는 있으나 '해석'은 없다.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기는 하지만, 그 맥락은 거세됐다. 생존과 그를 위한 '돈벌이'가 중요했다는 알리바이 기능에 충실할 뿐이다.

(중략)

 영화 속에서조차 소통이나 대화할 의지가 없는 인물을 마주하게 한 뒤, 영화 밖의 우리야말로 그를 이해해야 한다고 외치는 꼴은 공허하고, 어떤 면에서는 위험하다. "


<국제시장>은 꽤 뜨거운 이슈였다. ST는 <국제시장>이 진보와 보수의 대결적 상징으로 떠오를만한 영화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저 그런 대중 영화가 이념적 대결의 상징이 된 데는 종편과 보수 정치권의 농간이라고도 했다. 영화는 영화적 기법을 통해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는 도구이다. 평론가들은 그런 이데올로기(감독의 의도)가 개연성 있게 표현되었는지, 그것을 위한 영화적 도구(촬영, 연기, 그래픽 등)들이 잘 받침되었는지, 이야기 구성은 짜임새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훈련된 사람들이다. 그들의 시선이 우리와 다르더라도 존중되어야 하는 이유다.


ST는 나이 마흔되면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겠단다. 결혼은 아직 염두에 두지 않았다. 지금 새로 사귀는 여친과는 좀 오래 사귀고 싶단다. 성태는 연애 하나는 참 잘~ 한다.


CK 이야기

외주 방송 프로덕션 PD일을 하고 있는 창기. 최근에는 EBS 기획과 관련되어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역시 프리랜서는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바쁘게 사는 가운데, 조만간 셋째 아이가 나올 예정이다. 다른 사람이면 걱정할 만도 한데, “셋째는 발로 키운다잖아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 말에 성태 발끈한다. “우리 엄마한테 이를 겁니다.” ST는 셋째(막내)다.


그 와중에 <국제시장> 전에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큐 영화로서 그 감독을 잘 알고 있다는 CK는 “그 감독은 진정성 있는 사람이다”라고 하자, 성태가 곧바로 받아친다. “진정성이 없이 다큐할 수 있나요?” 맞는 말이다. 그놈의 ‘진정성’


보통 독립 영화들과 달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꽤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고 시작했다고 한다. 120여개 상영관이면 다큐영화치고는 꽤 많은 상영관을 확보한 것이다. 이 배경에는 배급사의 영향이 있었다는 게 ST의 이야기다. 흥행도 만들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IY 이야기

작곡가. 영업 끝을 선언한 주인장이 자리를 앉자 얼마 뒤 나타났다. 하루종일 한끼도 먹지 못했다며 국밥 한 그릇을 주문했다. 흔쾌히 자리를 일어선 주인장. 오늘 참 바쁘시다.

그이가 왜 이 자리에 왔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여러 영화에서 음악 작업을 해왔고, 이번에 개봉하는 ‘조선명탐정2’에서는 처음으로 자기 이름이 올라간다며 기뻐했다. 유쾌하고 발랄한 그는 사실 ‘세월호’ 추모 뮤직비디오 ‘잊지 않을게’를 만들기도 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그의 주변에서 함께 음악 작업을 하는 동료들과 SNS를 통해 모인 3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했다.


‘답답함’. 그가 이 뮤직비디오를 만든 이유였다. 무언가를 해야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답함. 과연 그 답답함은 풀렸을까.


세월호 이전까지 그는 정치나 사회 이슈에 대해 무관심했단다. 그러다가 세월호가 터졌다. 뮤직 비디오를 만들면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문제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은 사회적 이슈나 정치 문제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열혈 청년 작곡가가 되었다. ‘조선명탐정 2’의 마지막 엔딩 음악을 만들면서 이 곡을 ‘잊지 않을게’의 답가 형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코믹 탐정 영화에 좀 어울릴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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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흘러 밤 12시가 다 되어 가게를 나왔다. 난 집으로 돌아가고, 셋은 한잔 더 나누어야겠다며 한파 몰아치는 밤거리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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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친국수 /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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