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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아래에서/하늘을 여는 아이

아이의 떼쓰기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3.05.21 09:35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울음부터 터뜨리는 민서. 이유는 밤새 손가락에 감아놓은 밴드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그 밴드는 어젯밤 민서가 자는 틈에 일부러 떼어 놓은 것이다. 아무래도 상처를 감아놓으면 습해서 덧나거나 잘 낫지 않을 것 같아 취한 조치였다. 그렇지만 민서는 손가락에 밴드 감는 걸 워낙 좋아하는 터라 아침에 일어나서 없어진 걸 알고는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어차피 밤에 잘 때에만 풀어 놓으려 한 것이고 아침에 다시 감아주겠다 생각한 건데, 아이의 반응이 실로 즉흥적이다. 엄마가 밴드를 감아주자 울음을 뚝 그치고 이번에는 냉장고를 열어달라고 한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민서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있다. 그것을 꺼내더니 먹어도 되는지 물어본다. 아침 식사 전에는 안된다고 했다. 엄마한테 가서는 쵸코파이 먹고 싶다고 조른다. 역시 아침 식사 전이니 안되는 것은 당연. 배가 고픈 것 같은데, 입에 단 음식만 찾는다. 계속해서 거절당하자 다시 눈물이 터진다. 아침부터 두번이나 울음을 터뜨린 셈이다. 안되겠다 생각되어 안방으로 들어가라고 하고 혼자 울게 놔두었다. 아이의 울음을 바로 그치게 하는 방법은 당연히 쵸코파이와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어주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게 뻔하다. 


중요한 것은 일상 생활에 필요한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규칙적이고 정상적인 아침 식사를 가족이 모여 함께 하는 것은 중요한 하루의 시작이다. 어차피 점심을 각자의 장소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고, 저녁 역시 내가 빠지는 일이 허다하니 적어도 아침만큼은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가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는 일은 드물다. 


아이를 울려야 할마큼 가치 있는가를 항상 의심해 본다. 내 가치관이 얼마만큼 견고한가도 되짚어 보는 시간이다. 아이의 울음이 깊고 길어질수록 사색은 더 짙어진다. 


- 2013. 0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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