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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아래에서/일상의 발견

나 홀로 밥 먹기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2.12.30 01:17


공덕시장 한복판 허름한 노상 점포. 문도 없고 벽도 없이 비닐로 바람막이만 한 곳에서 라면을 시켜 먹었다. 허름한 메뉴판은 공중에서 흔들거리고, 술취한 노인네가 쓸쓸히 막걸리잔을 다시 채우고 있었다. 새로 온 손님은 이집 할머니와 잘 아는 사이인듯 서로가 반갑게 맞이한다.


곧이어 나온 라면에는 김가루와 들깨까지 알뜰하게 뿌려지고 작은 계란 하나도 온전히 들어가 있다. 큼직하게 썰어넣은 파가 내는 향도 좋다. 가끔 삶이 쓸쓸하다고 느껴질 때 이곳 공덕동 시장에서 할머니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어도 좋다. 공기밥은 공짜다.


난 가끔 밥을 혼자 먹고 싶다.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은 온전히 밥알을 입안에서 음미하고 반찬과 국이 건너 온 세상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밥과 반찬과 국이 온전히 내 몸에 들어와 하나가 되리라는 믿음을 새겨넣으며 꾹꾹 씹는다. 그렇게 밥을 먹을 때면 가끔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가깝게는 아내가 많이 생각나고 그 다음 딸 아이가 오물거리며 밥을 먹는 모습이 생각난다. 그렇게 하여 어머니가 생각나고 아버지가 떠오른다. 오래전 함께 밥을 먹었던 친구의 식사 버릇도 떠올라 웃음을 머금는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혼자 밥먹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일상의 한 끼니를 떼우는 일은 참 평범한 일이다. 너무나 평범했는지 우리는 그 평범함 속의 비범함을 잃고 말았는지도 모르겠다. 클래식 음악에 나오는 악기 이름들은 줄줄이 댈 수 있으면서 고작 된장찌개에 들어간 음식 재료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혼자 밥 먹는 일은 음악을 듣는 것만큼 신성해진다. 게다가 혼자 밥 한숟가락 떠서 입에 넣어 씹는 동안 그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보며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행복한 밥상이다. 아 물론 여기저기서 홀로 밥을 먹는 모습을 이상하게 지켜보는 시선만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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