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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간 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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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아래에서/밥과 꿈과 사람

상처가 상처에게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2.10.17 00:17



익숙한 밤이 왔지만, 어느날에는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공기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그러다가 다만 계절의 변화일 뿐이라고 속으로 달래 본다. 하지만 살갗의 느낌보다는 가슴의 느낌이 더 서늘하다.

한낮에 입은 상처들이 이 밤을 달리며 신음하고 있다. 때로는 나도 아프다. 다른 이의 상처를 본다는 것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상처받고 아픔을 느끼는 영혼들이 누군가의 품 안에서 고운 꿈나라로 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서구의 누군가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개미들은 전염병에 걸린 개미들을 격리하거나 죽이지 않고 더 건강한 개미들이 치료하고 보살핀다고 한다. 건강한 개미들 중에서 일부는 전염병에 걸리겠지만, 계속해서 건강한 개미들이 투입되면서 전염병이 개미 사회 전체로 전염되는 것을 막는 한편, 조직 내에 내성을 키워 더 건강한 개미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참 많이 아프다. 믿음을 주면서 아픔을 달래 보고 싶은데, 상처 입은 짐승마냥 여기저기 다른 곳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이상한 딜레마에 빠지고는 한다. 개인이 먼저인가 조직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에 인간에 대한 예의는 없다. 어떤 개인도 조직에 저항해서 싸울 때 살아남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그런 딜레마에 스스로를 밀어 넣을까?

우리는 그의 전쟁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얼마나 무시무시했는지, 그리고 그런 상황이 어떻게 당연한 것이 되었는지 상상할 수 없다. 그의 말들은 모두 거짓이라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그의 지나친 자기합리화일 뿐일 것이라고 말하면, 그 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상처 받은 짐승은 더 거칠다. 

그러나 내 인간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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