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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용기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보여준 영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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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용기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보여준 영화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1.10.25 06:50



가정부, 혹은 파출부, 때로는 식모라고도 불렸다. 지금은 간혹 가사도우미라고 불리기도 하며, 전문직업인의 느낌이 나는 가정관리사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직업이고, 여전히 저임금이며 고강도 노동에 처해 있고, 사회 안전망의 바깥쪽에 있는 직업군의 하나다.

돌봄 노동(육아, 식당, 청소 관련 업무)은 그 가치에 비해 천대받으면서 위협받고 있다. 우리 사회의 천박한 인식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고자 했던 드라마 “로맨스 타운”에서 부잣집 아들 강태원은 자신의 집 가정부 노순금에게 이렇게 말한다.

“비위도 잘 맞추고 눈치도 잘 보고, 때론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 남은 밥 남은 반찬 먹어치워 음식물 쓰레기 안 생기게 하고, 자기 처지 알고 주제 알고 몸 낮춰 빠질 줄도 알고 입 다물 줄 알고.”

표현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은 내용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의 천박하고 저열한 인식을 생생하게 드러냈다는 지지도 받고 있다. “로맨스 타운”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계급적 차별의식을 담아내려는 시도와 돈 앞에 무너지는 위선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잘 드러낸 수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맨스 타운”은 뿌리 깊은 계급적 차별의 지점을 순진한 낭만적 상상으로 뛰어넘으려 한다. 노순금이라는 순수하고 착하고 성실한 캐릭터의 노력으로 식모들 사이의 우정을 되찾고 왕자님(강태원)과의 사랑도 성취한다.

하지만 영화 “헬프”는 "로맨스 타운"의 한계에서 더 나아가서 반갑다. 저항하는 흑인에 대해 무법적인 살인과 테러가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사회, 모든 법질서가 백인에게 유리하고 흑인을 억압하고 있는 사회에서 흑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극히 좁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용기를 낸 가정부들을 중심으로 끌고 왔다. 힐리를 중심으로 하는 상류층 백인 여성들과 스키터 엄마 등이 가진 위선적인 모습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계급적, 성적, 인종적으로 가장 열악하고 인간적 권리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을 냄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사회의 모순을 고발한다는 내용은 “로맨스 타운”의 한계를 뛰어넘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잘못된 사회 시스템은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다. 에이블린(흑인 주인공)이 힐리(인종차별주의자)에게 던지는 마지막 절규, “이제 그만하세요. 지겹지도 않으세요.”와 흐느끼는 힐리의 모습은 결국 흑인이든 백인이든 인종 차별의 거대한 벽에 모두 갇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벽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용기를 보여달라는 영화 “헬프”.

영화는 거의 두시간 가까운 분량이지만, 영화 내내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미니와 애절한 아픔을 간직한 에이블린, 상큼발랄한 작가 지망생 스키터가 보여 주는 다양한 재미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미국에서 3주 동안이나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을 정도였으니 재미라면 걱정하지 말고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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