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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간 구상나무

양평에서 자전거 200리길 본문

생활 여행자/하늘을 달리는 자전거

양평에서 자전거 200리길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1.10.16 07:34
길은 항상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한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새롭게 길이 나면 그곳에서 제를 올렸다. 길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출구이면서 낯선 것들이 공동체로 들어오는 입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좋은 것들이 우리 안으로 들어오고 공동체는 밖으로 번창하라는 의미를 제에 담았다.

중앙선의 복선화로 새롭게 자전거길이 뚫렸다. 사실 길이 "새로" 뚫렸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이미 있던 길을 자전거 길로 바꾸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철도 중앙선의 역사는 멀리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만주 침략과 한반도 수탈의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중앙선을 건설했다. 1936년 일제가 밝힌 건설 목적에서는 “반도 제2의 종관선을 형성함으로써 경상북도·충청북도·강원도·경기도 등 4도에 걸치는 오지 연선 일대의 풍부한 광산·농산 및 임산자원의 개발을 돕고, 지방산업의 발달을 촉진하는 동시에 격증하는 일본(日)·조선(鮮)·만주(滿)의 교통 연락, 객·화의 수송 완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라고 하였다. [각주:1]  철마가 달리던 길을 이제는 두 바퀴를 굴리며 달리는 자전거들의 질주로 채웠다. 억압과 착취의 도구였던 길이 놀이와 낭만의 길로 바뀐 것이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하였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는 아마 이런 때에 쓰는 말일 것이다.

용산역에서 6시 45분 용문행 전동차. 맨 앞칸과 뒤칸에는 자전거를 싣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앞칸에만 해도 20여 대의 자전거로 채워졌다. 거기에 레저용 자전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할아버지의 자전거는 짐받이에 마른 풀더미가 있었는데, 할아버지 말로는 약재에 쓰이는 거라서 돈을 많이 받는단다. 지금도 자전거를 싣고 밭에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이 노인 외에도 밭에 나가신다는 중년의 아저씨와 또 다른 노인도 생활 자전거를 전동차에 실었다. 일요일이라 놀러 가는 자전거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분들의 자전거는 화려한 자전거들 틈에서도 유난히 돋보였다.

용산에서 출발해 약 1시간 반 만에 양평에 도착했다. 양평역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길을 바로 찾기는 어려웠다. 편의점에 들어가 물어서 겨우 자전거길에 올라갔다. 길은 아주 잘 닦여 있었다. 아스팔트를 덮은 철도 길은 부드러운 페달의 느낌을 다리에 전해주었다. 이제는 기차가 지나지 않아 버려질 뻔했던 능내역은 자전거들의 휴식 공간으로 변했다. 젊은 시절 모꼬지 장소로 대성리 다음으로 자주 찾았던 능내역이 이렇게 변하니 기분이 묘했다. 철도의 레일도 철길을 덮었던 자갈들도 저마다의 독특한 운치를 주었다. 산을 뚫어 만든 9개의 터널도 자전거길의 하나다. 교각은 반반한 나무판자를 깔아놓았다. 판자 위를 달리는 자전거로 달그락거리는 나무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다. 이 모든 것들이 한강 자전거 길에서 만날 수 없는 양평 자전거길의 재미다.

반면 급커브길이 많고 언덕길도 많았다. 자전거 초급자나 아동들에게는 쉽지 않아 보인다. 터널 안도 생각보다 어둡다.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자전거 길 관리가 제대로 이어질지도 걱정이다. 사람이 오가는 자리는 아무리 조심스러워도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관리가 부실하면 금방 망가지기 쉽다. 게다가 자전거 도로는 지역 지자체가 직접 관리할 텐데, 안양천만 해도 동네마다 지자체 사정에 따라 길의 상태가 다르다. 양평이나 남양주의 재정 상태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자전거 도로 관리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뉴스를 보니 하루 전 팔당댐 인근 양서문화체육공원에서 '남한강 자전거길 길트임 기념식'이 있었다. 여기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4대강(사업)은 강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해서 하는 것"이라며 "소수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국민들은 절대 환영"이라고 언급했다.

4대강 사업은 크게 보 사업과 준설 사업, 그리고 강변 주변 사업으로 나누어진다. 따라서 자전거 길도 크게 보면 4대강 사업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양주길 구간은 예전 폐철도를 이용해 마련한 자전거 도로다. 따라서 이 구간은 4대강 사업과 관련성이 없다. 물론 이 길이 나중에 강을 따라 연결되는 전국 자전거 도로망에 포함되므로 그 시작점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은 4대강 사업을 억지로 녹색 사업으로 포장하기 위한 꼼수다. 많은 자전거 전문가들이 레저로서의 자전거 문화보다 교통수단으로서 도심내 자전거 도로 확보가 더 시급한 녹색 사업임을 지적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4대강 사업으로 쫓겨난 농민만 2만 4천여 농가에 이른다. 남양주길 한가운데에 있는 두물머리에서는 현장 농민들이 지금도 계속 저항하고 있다. 이곳의 사업 공정률은 0%라고 한다. [각주:2] 이명박 대통령은 항상 그래왔듯이 이곳에서 자신을 반대하는 농민들과 인권환경단체들은 국민이 아니었다.

프레드 피어스의 '강의 죽음'이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수문학자와 공학자들은 강과 관련된 수많은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결론 내렸다. 흐르는 강물의 위력과 콘크리트가 정면으로 대치하면 언제나 콘크리트가 패배한다. 한 곳에서 홍수를 막으면, 다른 곳에서 더 자주 홍수가 일어난다. 공학자들이 강을 다스리려는 시도는 자연과 함께할 때, 자연의 요구에 순응할 때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각주:3]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올여름 많은 비 때문에 한강과 그 지천들, 지방의 많은 하천의 둔치에 만들었던 수많은 구조물과 자전거 도로들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본다면 지금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이 얼마나 허울 좋은 껍데기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이번에 새롭게 뚫린 자전거길은 무척 반갑다. 하지만 또한 슬프다. 반갑게 맞아들이고 즐겁게 달려야 할 그 길에 묻어 있는 이 수많은 이야기와 애환들을 언제쯤 세상에서 알아줄까.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길은 길이다. 길을 통해서 기쁨과 즐거움도 들어오지만, 전염병과 전쟁, 폭력들이 들어올 수도 있다. 우리가 지금 만들어놓고 달리는 이 자전거 길이 언제나 평화와 행복을 전해주기를 바라면서도 또 다른 욕심과 욕망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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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이버 지식사전 "중앙선"에서(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61346) [본문으로]
  2. 인권오름-4대강 사업 공정률 0%, 팔당 두물머리를 지키자 [본문으로]
  3. 이정환닷컴-"4대강, 토건국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본문으로]
4 Comments
  • 프로필사진 애정어린시선 2011.10.18 09:20 신고 처가가 있는 양산도 가보면..싹~다 갈아엎고 있고..유명한 캠핑장 더시가에서도 강 맞은편이....사대강 공사로 분주합니다.. 강원도를 가다보면 여주 IC부근에서 좌우로 보이는 황량함도 싫고...여하튼 요즘 대부분의 장소가 다 갈아엎는 중이더군요.. 제가 초딩시절 다니던 골목길..꼭 사진으로 남겨놓고자 했는데...휴일의 바쁨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동네 재개발로 이미 허허벌판이 되어 있더군요.. 사대강 자전거길..뭐 말은 뻔드르르 하고 이렇다저렇다 하던사람들도 자전거 가지고 가서 다니다 보면...좋긴 좋구나..한다던데..전 안가볼랍니다.. 직장따라 이사다니다 보니..지금은 신도시에 살고있는데 이곳도 사실 10년전에는 다 산이고 골짜기였던 곳이죠.. 얼마전에 보면..100년만의 큰비를 사대강공사덕에 이겨낼수 있었다고 배너도 뜨더군요.. 참..할말은 많지만..냉가슴 두드리며 지낼 일이 많습니다..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eowls.tistory.com BlogIcon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1.10.19 05:48 신고 중앙선의 복선화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네요. 노무현 정부 때 지금의 용문까지의 전철화가 완료됐고, 이후 각 지자체별로 폐철도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하나같이 자전거 도로화로 통일된 듯합니다. 일단 폐철도의 자전거 도로화는 해당 지자체와 철도관리시설공단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모습이지만 아무래도 중앙 정부의 입김이 안들어갔다고 볼 수 없는게, 각 지자체별로 폐철도 활용방안이 중구난방으로 연구되다가, 거의 모든 구간이 자전거 도로화 되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죠.
    아무튼 원래 길이었던 곳입니다. 가보면 알지만 강변 사업으로 포장할 만한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산을 뚫고 터널을 달리고 논밭을 달리다 보면 왜 이게 4대강 사업으로 포장되는지 의아할 정도죠. 이명박 정부의 또다른 꼼수일 뿐입니다.
    그러니 냉가슴 가라앉히고 아이들 데리고 한번 가보세요. 팔당역에서는 자전거도 대여해 주는 듯합니다. 양평까지 천천히 달렸다가 양평에서 전철 타고 팔당으로 와서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코스 추천할게요^^
  • 프로필사진 애정어린시선 2011.10.20 10:21 신고 따지고 보면 어지간한 캠핑장들도...조금씩 갈아엎고 한 곳들이 많긴하죠..

    자전거는..그냥 집근처에서 타고..

    근데 경춘선이..하긴 MT가면서 창밖풍경보며 가는게 아니라..띵가띵가 놀면서 갔었고..동해를 갈때도 청량리에서 밤차를 타고 다녀서..그쪽 철길이 강변인지 논두렁이였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중앙선도 철길 없애서 자전거길로 바꾸고 있나요?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eowls.tistory.com BlogIcon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1.10.20 13:16 신고 중앙선이 전체적으로 복선화 작업이 한창입니다. 전철로 바뀌는 거죠. 그 과정에서 철로가 새로 신설되는 구간이 많아 보입니다. 그러면서 그 폐철도에 대한 방안이 지금처럼 자전거도로가 연구되고 있는 듯합니다.(정확한 건 모르겠어요)
    경춘선은 또 다르네요. 여기도 복선화가 되고 있고, 역시 춘천까지의 자전거 도로가 준비되고 있는 걸로 알아요.
    아무튼 팔당역에서 얼마간은 강줄기 따라서 가는 건 사실이고, 모든 카메라와 사진들이 북한강철교를 중심으로 나가고 있는데, 사실 철도길은 육로에 더 많이 접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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