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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간 구상나무

누이의 정한-가장 한국적인 뮤지컬 서편제 본문

사막에 뜨는 별/개봉극장

누이의 정한-가장 한국적인 뮤지컬 서편제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0.10.05 18:55
아래 뮤지컬 서편제에 대한 리뷰는 '위드블로그'의 도움으로 작성된 것임을 밝힙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나 누나야 강변 살자.
-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 서정주, '국화 옆에서'


우리의 누이에 대한 이미지는 애잔하면서 그리운 존재이고, 힘들고 지칠 때 언제든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아득하고 따뜻한, 그래서 엄마와 함께 찾아가고픈 품이다. 뮤지컬 서편제나 영화 서편제, 소설 서편제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정서는 바로 누이의 한이다. 누이의 한은 지독한 예술가적 편집증을 가진 아버지 유봉으로부터 발생하였고 동생 동호와의 이별과 만남에서도 애잔한 끓어오르는 정한으로 표현된다. 지난 금요일(10월 1일)에 본 뮤지컬 서편제에서도 누이의 한을 절절이 느껴보고 왔다.

뮤지컬 서편제는 영화와 달리 동호의 비중이 높다. 동호는 계부 유봉에 반발한다. 이는 아버지라는 전세대와의 갈등이면서 어머니를 죽인 '소리'라는 무형의 존재를 아버지라는 유형의 개체에 대입하고 있다. 소리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고, 그 소리는 아버지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의식에서 동호는 아버지를 증오하고 결국은 떠난다. 그러나 떠남은 또다른 상처를 누이 송화에게 심었다. 이후 유봉은 송화에게 약을 먹여 눈을 멀게 하고 득음을 재촉한다. 송화는 자신의 눈을 멀게 한 아버지를 원망하지만 결국 용서하고 소리를 찾아 유랑의 길을 함께 떠난다.

수십년이 흘러 동호와 송화는 극적으로 재회한다. 송화와 동호는 밤새 심청가를 부르며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안는다. 마지막 장면은 영화와 같지만 뮤지컬에서 주는 감동은 그 이상이다.

뮤지컬의 기획 의도에서 밝혔듯이 이 뮤지컬은 해외 라이센스 뮤지컬이 뮤지컬 전용관이나 대형 공연장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한국적인 뮤지컬을 만들어 보겠다는 기획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고른 것이 바로 이청준의 원작 소설 '서편제'. 우리나라 영화계에 백만 관객의 시대를 열어 준 영화 '서편제'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하지만 영화 서편제에서는 판소리만 나왔던 것에서 뮤지컬 서편제는 서양음악의 기본 요소들도 함께 하면서 대중적인 뮤지컬로서 손색이 없는 내용을 갖추었다. 뮤지컬의 재미를 극대화하면서도 판소리의 궁극의 경지를 향한 노력은 게을리지 하지 않은 수작이다. 또한 무대를 꾸민 한지는 다양하게 교차하고 움직이면서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한지의 멋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로서 전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로 '서편제'는 그 내용과 형식을 충분히 갖추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송화가 심청가를 열창하는 장면은 응어리진 가슴 속 한을 소리로 이끌어 내는 모습에서는 여느 뮤지컬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이날 공연에서 송화 연기를 한 차지연의 연기는 그야말로 신들린 듯했으며, JK김동욱이 맡은 아버지 유봉은 김동욱 특유의 창법으로 아버지의 근엄하면서도 애끊는 마음을 절절이 전달했다. 동호 역할을 한 김태훈의 시원하게 내지르는 노랫소리는 락커의 반항과 피끓는 정열을 잘 드러내었다.

우리의 노래 우리의 뮤지컬 서편제가 전 세계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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