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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을 들다'를 통해 본 학생선수의 인권

구상나무 구상나무 2009.08.31 18:39




최근에 개봉해서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영화 <킹콩을 들다>는 우리나라의 비인기 종목을 주제로 한 감동의 드라마를 선보였습니다. 이 영화를 주목해 보는 이유는 기존의 스포츠와 달리 여기에는 중고등학교 운동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성인 스포츠 분야가 점차 그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지금 중고등학교 운동선수를 다룬 이 영화는 인권적 측면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 운동선수에 대한 폭력 문제입니다. 물론 지나치게 위악적인 캐릭터가 학생들에게 잔인한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은 영화적 설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2008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6개월여에 걸쳐 실시한 학생운동선수 인권 실태 조사에서 나온 학생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입니다.


(지도자가) 뺨을 때려요. 별 이유가 없어요. 초등학교 1학년짜리 쌍둥이 있거든요. 피하다가 고막이 나가가지고 수술했거든요. 그러면 안 때려야 되잖아요. 작심삼일이에요. 삼일 지났다가 또 때려요... [중3, 농구]

(지도자가) ××년아, 니 그럴 거면 꺼지라면서, 그리고 니는 뭐 이렇게 살면 나중에 인간 대접도 못 받는다면서 막 뭐라고... 진짜 싫고...[중2, 핸드볼]

선생님한테 선배가 혼났을 때 (선배가) 정말 선생님하고 똑같이 대가리 박으라고 하고 발로 밟고 그러지요...[고3, 농구]


이 실태조사 결과 75%의 초등학생 선수들이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경함하고 있고, 주당 평균 신체적 폭력 피해 횟수도 3~4회에 이상이 40%, 주당 11회 이상이 5.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린 초등학생에게 나타나는 폭력은 다시 하급생이나 후배에게 전달되는데, 이는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현상 중의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프로야구팀의 2군에서 선배가 후배를 야구배트로 폭행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일도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라는 프로야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둘째 학습권 보장의 문제입니다. <킹콩을 들다>의 주인공 이지봉은 학생들이 운동 연습때문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것을 걱정하고 우려합니다. 그래서 따로 영어 공부도 시킬 만큼 어린 학생들의 수업을 챙기지요.

국가인권위 실태조사에서도 이런 문제는 제기됩니다. 실태조사에 응한 어느 고등학생은 “더하기 빼기부터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들의 정규 수업 참여시간은 평균 4.4시간(시합이 없을 때이며 시합이 있을 때는 이마저도 2시간 까먹는 2시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수업결손에 따른 보충수업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러다 보니 학생들은 더더욱 학교 수업과는 멀어집니다. 고등학교 1학년으로 학교 양궁선수로 뛰고 있는 김하늘(가명) 양의 말입니다.


“5학년 정도 되면 소년체전이라는 게 있어요. 거길 붙으면 그 전에 한 달 전부터 합동훈련하고 적응훈련 다니고… 그러면 수업을 빠지니까 점점 성적이 떨어지잖아요. 그럼 어떻게 채울 수가 없으니까 운동이라도 해서 그걸로 밀어붙이고 나가라. 이러고……”


많은 학생운동 선수들이 과도한 훈련과 시합 출전 등으로 정규 수업을 받지 못하여 제대로 된 학습권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수업 결손에 따른 제도적 뒷받침이 되는 것도 아니라서 학생 선수들은 운동을 그만두고 싶어도 다시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 결국 하고 싶지 않은 운동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코치선생님의 헌신과 관심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인 뒷받침(예를 들어 최저학업기준인정제 등)이 되어야 하는 문제가 바로 학생 운동선수들의 학습권 문제이지요.



스포츠라는 분야가 강한 근성을 요구하고, 그런 근성을 위해 일정 고통을 이겨내는 사람이 승리의 영광을 안을 수 있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에게 근성을 빌미로 행해지는 폭력은 잠깐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신체적 상처를 남기는 일입니다. 영화 속에서 이지봉 코치 선생님은 자신의 제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하지만 동메달을 땄다고 해서 인생이 동메달이 되진 않아. 그렇다고 금메달을 땄다고 인생이 금메달이 되진 않아. 매순간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가 금메달이야.”

자라나는 아이들이 폭력이 무서워서, 혹은 승리에 눈이 멀어서, 상대방을 운동의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대하고 페어플레이가 아니라 전쟁을 치르듯이 운동 경기를 치르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닙니다. 상대방을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경험인지 알려 줄 수 있는 분야로 스포츠만한 것이 있을까요. 아이들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


- 국가인권위 블로그 '별별이야기'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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