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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아래에서/일상의 발견

자전거의 고난 시대

구상나무 구상나무 2009.06.24 07:30


특정한 불운이 겹치는 날이 있다. 어제의 불운은 자전거다. 혹시나 지레 사고를 걱정하는 분들이 있을까 미리 말하지만, 걱정마시라. 아주 사소한 불운들이 찾아왔을 뿐이니 말이다. 예를 들면 그런거다. 평상시에는 전화도 오지 않는 휴대전화가 꼭 필요한 전화를 기다릴 때면 배터리가 간당간당하다던가, 오랜만의 나들이에 가져간 카메라가 그날따라 말썽을 부린다던가 하는 기계의 고장과 사람의 운이 겹치는 사소하지만 불편한 사건들이다.

사고의 발단은 콤팩트3.0의 펑크에서 비롯됐다. 지난주에 펑크가 났고, 주말 내내 잡일로 정신이 없어 그냥 보냈다. 월요일날은 대중교통으로 출근을 하는데, 복잡한 버스와 전동차가 그날따라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어제는 아버지의 자전거(옛날 내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 자전거도 워낙 오랫동안 험하게 타서 그런지 상태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 문제다. 무사히 출근을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영등포를 지나 막 신도림역 앞에 도달할 즈음 뒷바퀴에서 둔탁한 느낌이 전해져 오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싶어 돌아 보니 바퀴가 펑크났다.

천상 신도림역앞에서부터 자전거포가 나올 때까지 걸어야 할 상황이었다. 매번 지나던 길이라 평소에 자전거 점포를 눈여겨 봐둔 것이 다행이었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집에까지 가는 길에 2곳의 자전거 점포가 기억났다. 하나는 구로역 가기 전에 있고, 또 하나는 동양공전 앞에 있다. 그러나 이내 다가온 기가막힌 불운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게 했다.

신도림역에서부터 자전거를 질질 끌고 가며 구로역 쪽에 있는 자전거 점포에 도착했다. 점포의 문 앞에는 23일부터 25일까지 휴가를 간다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고, 가게 가니 쉬는 날이다. 해는 점점 뉘엇뉘엇 지는 데 갈길은 멀다. 다음 자전거 점포인 동양공전 역 앞으로 향했다.

이놈의 자전거가 심술이 났는지 구로역 횡단보도를 지나자 마자 또 말썽이다. 푹 꺼진 뒷바퀴 휠에 끼우는 고무바킹이 빠져 덜렁거리면서 자전거 바퀴에 감기는 게 아닌가. 또 한참을 자전거와 씨름하다가 결국에는 고무바킹을 끊어버리고 말았다. 삐꺽삐꺽, 바람 빠진 자전거 바퀴의 처절한 울음 소리를 들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마치 학교가기 싫어 꾀병부리는 아이의 투정같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동양공전 역 앞의 자전거 점포에 도착했다. 다행히 점포 문은 열었고, 주인 아저씨는 어떤 아가씨의 자전거에 예쁜 전조등과 후미등을 달아주고 있었다. 일을 마칠 즈음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어떻게 오셨어요?"
"네, 바퀴가 펑크나서요. 아휴 이걸 신도림에서부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저씨는 가게 안으로 휙 들어간다. 그리고 점포 구석에서 펑크 떼우는 공구를 주점주섬 챙겨 들고 나타났다. 사실 바퀴에 펑크난 사실만 알면 됐지 그 사정이야 궁금할 리가 없는 거다. 어차피 그건 내 사정이고~~ 아저씨는 바퀴 떼우는 공구를 들고 나와 살폈다.

"아이구 이거 자전거가 총체적으로 문제가 많네요."

그럴 것 같더라니, 그냥 펑크 떼우는 걸로 안 끝날 줄 예상했다. 이 자전거가 좀 예전거라서 지금 이 자전거에 맞는 부품이 없단다. 그러니 새로운 튜브로 갈아야 한다는 얘기. 거금 12,000원을 주고 튜브를 갈았다.

집에 들어온 시간은 8시 반... 집에까지 2시간 걸린 셈이다.


※ 오늘의 교훈 : 자전거 펑크 정도는 스스로 떼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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