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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간 구상나무

[전국일주]11월22일 : 김제-부여 : 백제의 옛도읍지에서 본문

생활 여행자/하늘을 달리는 자전거

[전국일주]11월22일 : 김제-부여 : 백제의 옛도읍지에서

구상나무 구상나무 2007.02.28 15:54





▲ 금강하구둑


 

어느덧 충청북도까지 왔다. 내일은 공주를 지나 천안까지 갈 계획이다. 오늘보다 긴 여정이다. 예정대로 간다면 내일은 경기도의 코앞에 가는 것이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첫발을 내딛던 여행 첫 날이 생각났다. 이 긴 여행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무언가 아쉽다. 이 여행이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거의 매일같이 쓴 이 여행기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그보다 많은 추억이 내 머리와 가슴 속에 머물러 있다. 길에서 만난 다양한 세상과의 조우는 내가 한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줄까? 그 답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내가 생활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일상은 여행보다 무겁기 때문이다.

여러 생각들이 좌충우돌한다. 이 여행을 통해 내 안에 있는 나쁜 기운들이 파괴됐다. 낙심과 좌절, 불안과 부정이 파괴된 자리에 희망과 기대, 긍정과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여행은 그 자체가 낭만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깨달음이다. 길이 곧 도(道)이며, 도(道)는 곧 길이다. 여행의 끝에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나를 좀더 파괴하고 더욱 새로워지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늘 아침에는 근이형의 글읽는 소리에 잠이 깼다. 글 읽는 소리의 가락과 높낮이는 아침저녁으로 공부에 여념이 없는 근이형의 품성을 그대로 담아 물흐르듯이 흘러가는 듯하다. 듣기 참 좋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짐을 쌌다. 근이형도 오늘은 문화회관에 강연을 나간다고 한다.


▲ 금강에 머물러있는 철새들




다시 29번 국도로 나와 군산을 향했다. 만경을 지나 대야까지는 금방 내달렸다. 어제처럼 평야지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북풍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출발전부터 북상할 때 북풍이 있을 거라는 짐작은 했지만, 막상 거센 북풍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려니 속도가 나지 않는다. 군산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금강하구둑으로 향했다. 금강하구둑은 어제까지 철새축제가 한참이었나 보다. 여기저기 철새축제를 알리는 팻말과 현수막이 눈에 띈다. 금강하구둑을 건너면서도 많은 철새들을 보았다. 철새 무리들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금강의 물살에 몸을 얹히고 한가로이 거니는 모습을 보았다. 이제 저들도 곧 긴 여행을 떠날 것이다. 계절이 바뀌고 더 나은 땅을 찾아 무리를 지어 떠나는 철새들의 여행은 또 얼마나 힘들고 고단할까. 하지만 그 여행을 통해 또 한세대가 삶을 이어가고 종족이 번영하는 것이다. 그들의 아름다운 비행처럼 내 자전거 여행도 내 더 나은 삶을 향한 길찾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금강하구둑을 넘어 부여로 가는 북상길에서는 더욱 심해진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조그마한 언덕과 고개들도 이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부여는 백제의 수도였던만큼 많은 산성과 요새로 지켜진 땅이다 보니 부여로 들어가는 길이 쉽지 않다.



▲ 일을 나가는 농부




▲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 한가한 들녘 풍경




부여읍에 도착했다. 부여읍 중심가는 군청소재지이지만 소박했다. 지금까지 지나온 군청소재지들의 규모에 비해 아담하다는 느낌이다. 부여의 관광지도를 보니 부여주변에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져 마땅히 가볼 시간이 되지 않는다. 이런 때가 좀 안타깝다. 바삐 올라가는 길이니 볼거리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내일은 힘든 날이 될 것 같다. 또 터널을 피해 큰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한다. 공주로 들어가는 여정에서 얼마나 많은 언덕과 씨름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주행거리 : 약 67km(도상)
주행시간 : 6시간
주행경로 : 김제학성강당 > 만경고교 > (29번국도) > 만경대교 > 대야면 > 금강하구둑 > 화양면 > 한산면 > 임천면 > 규암면 > 부여경찰서 > 부여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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